"펜 대신 경험을 팝니다"...문구업계, 체험형 매장으로 불황 돌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3일, 오후 07:23

[이데일리 권아인 수습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4번 출구 앞. 한낮 기온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030 젊은이들부터 외국인 관광객,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까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이 향한 곳은 카페도, 유명 맛집도 아닌 다름 아닌 ‘문구점’이었다.

4번 출구 인근에 자리 잡은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은 지난 2022년 개점 이후 4년이 지났지만 매장 안은 여전히 사람들로 빼곡했다. 매장 한가운데 마련된 체험 공간에서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십 가지 볼펜의 몸체를 하나씩 집어들고 색을 비교했다. 원하는 몸체를 고르면 그 다음엔 잉크를, 이어서 스프링까지 하나하나 직접 골라 조립했다. 완성된 볼펜을 받아든 아이들은 곧바로 종이에 낙서를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부모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이 볼펜 체험을 즐기려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이 볼펜 체험을 즐기려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7살 아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30대 최모 씨는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그냥 문구점 가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시켜주는 게 더 의미있다고 느껴져 방문했다”고 말했다. 옆에서 볼펜을 손에 꼭 쥔 최 씨의 아들도 “재밌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중국인 관광객 장모(25) 씨는 “SNS에서 추천을 받아서 왔다”며 “나만의 잉크 색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재밌어서 성수동 첫 일정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시대에 어려움을 겪던 문구 업계가 ‘문구의 판매’가 아닌 ‘문구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모나미 측에 따르면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은 매년 연간 20만명 내외의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해 다양한 문구 체험을 경험한다. 일평균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약 540여 명이 매장에서 볼펜 만들기와 잉크랩 체험 등을 즐긴 셈이다. ‘문구를 판매하는 매장’을 넘어 ‘문구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성수동 골목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카페인지, 갤러리인지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운 건물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감성 문구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포인트오브뷰’였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 아래 다이어리와 노트, 연필, 스탬프가 마치 전시 작품처럼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문구를 고르는 것에서 나아가, 공간을 천천히 즐기며 둘러보고 사진을 찍으며 공간을 즐겼다. 마치 영화 속 작가의 서재와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에 발걸음은 절로 천천히 움직여졌다. 이곳을 찾은 직장인 강모(29) 씨는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있길래 분위기에 이끌려서 들어왔는데 결국 다이어리 한 권을 사서 나왔다”며 웃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체험형 매장은 문구와 체험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소비를 만든다”며 “현장에서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브랜드 경험과 체험이 이후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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