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 ‘목돈’보다 ‘평생 쓰는 현금흐름 관리’가 핵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3일, 오후 06:06

[이데일리 박민 기자] “노후 준비 핵심은 은퇴 시점의 ‘목돈 마련’이 아닌 매달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현금흐름’ 마련에 있다.”

김동익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노후 준비와 관련해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제 준비는 하고 있지 못하거나, 퇴직급여를 생활비와 주택자금으로 조기에 소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연금 자산을 꾸준히 모으고, 은퇴 후에도 오래 유지하고 안정적인 월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은퇴 시점의 자산 총액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모은 자산을 어떻게 평생 나눠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준비가 노후 삶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노후 준비, 은퇴 후 평생 쓰는 ‘현금흐름’

김동익 소장은 금융권의 노후자산관리도 ‘자산 축적’에서 ‘소득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금융자산, 주택자산을 통합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월소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노후 자산 자체가 부족한 저소득·저자산 가구에게는 소득 안전망을, 주택 한 채가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산층 가구에는 주택연금과 다운사이징 등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소장은 “주택을 보유한 중산층 고령가구는 자산 총액보다 매달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주택은 평생 거주할 생활 기반이자 상속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데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처분 시 가족 동의 문제도 있어 노후 자금으로의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을 은퇴 소득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배우자 보호와 주거 이전 지원을 강화하고, 주택을 바꾸더라도 연금 활용이 유연하게 이어지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주택연금도 단순한 상품이 아닌 생활 설계 중심으로 제도를 바꿔야 하고, 상품 안내도 각종 연금과 금융자산, 세금, 돌봄까지 함께 설계하는 통합 상담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후 ‘소득 공백기’ 대비 가교자산 마련해야”

김 소장은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 공백기’를 노후 준비의 가장 취약한 시기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사회에서 노후 격차를 키울 가장 큰 변수로는 ‘근로기간’과 ‘연금 적립의 지속성’을 꼽았다.

김 소장은 “주된 직장을 일찍 떠나면 연금을 적립할 시간은 줄고 모아둔 자산을 사용하는 기간은 길어진다”며 “이때 주택 대출과 자녀 교육비 등이 남아 있다면 퇴직급여나 연금자산을 조기에 사용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퇴직 전에 연금 수령 시점까지의 기간과 필수생활비를 계산해 별도의 가교자산을 마련하고, 부채와 재취업 등을 고려한 예상소득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회사는 고객의 연금과 금융자산을 통합 조회 관리하고, 단기 생활비와 중기 안정자산, 장기 성장자산을 구분해 운용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퇴직연금의 조기 소진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 전환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퇴직급여가 중도인출 등 소진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운용돼 연금으로 지급되도록 해야 한다”며 “퇴직연금이 ‘퇴직할 때 받는 목돈’이 아니라 평생 사용할 두 번째 월급으로 자리 잡도록 제도적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 변동성에 두려움을 느껴 현금성 자산에만 묶어두는 것도 경계했다. 물가상승과 장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은퇴 후에도 적절한 성장자산 보유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은퇴 자산 배분은 나이보다 자금의 사용 시점과 손실 감내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향후 2~3년간 사용할 필수 생활비는 현금과 단기 우량채권으로 확보하되, 장기 자금은 국내외 주식 등 성장자산에 분산투자하는 3단계 자산 배분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노후생활의 만족도는 건강과 일, 사회적 관계, 여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소장은 “건강이 악화하면 삶의 질 하락은 물론 의료·돌봄 비용이 늘고, 경제활동을 일찍 중단하면 연금 적립기간은 짧아지고 자산을 소비하는 기간은 길어진다”며 “금융과 함께 일, 건강, 여가, 가족관계까지 통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THE100리포트’ 등을 발간하며 우리 국민의 노후 준비와 은퇴 생활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자산관리와 노후설계를 넘어 일, 건강, 관계, 여가 등 삶의 다양한 영역을 연구하며 100세 시대에 필요한 인사이트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동익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사진=NH투자증권)
김동익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사진=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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