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생산 금 사들인다…13년 만에 금 보유 전략 전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3일, 오후 06:02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금을 매입하고, 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시작하며 13년간 보수적으로 유지했던 금 보유 전략을 본격적으로 전환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를 늘리는 흐름에 따라 한은도 외환보유액 내 금 자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은은 비철금속 제련사 LS MnM, 한국거래소(KRX), 한국예탁결제원(KSD) 등과 국내 생산 금 매입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이데일리DB)
(사진=이데일리DB)
국내 금 생산업체가 해외로 수출하는 금 가운데 일부를 한은이 국제 금 시세에 맞춰 매입하는 방식이다. KRX 금 시장의 일반 장내 매매가 아닌 협의 대량 매매 방식을 활용해 장중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실제 매입 시기는 예탁원의 보관 인프라 구축 등 금 거래 관련 제반 준비사항과 금 생산업체의 수출 계획, 한은의 금 운용 계획 등을 종합해 결정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금 생산업체가 매입을 의뢰하면 이를 검토해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며 “국내 금 가격이 수출 가격보다 불리하거나 비슷한 수준일 때 (생산업체가) 매입을 의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국내 금 매입은 기존 해외 시장을 통한 금 매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매입 경로를 추가하는 성격이다.

한은은 이를 통해 금 조달 경로를 다양화하고 보관 장소도 해외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은은 실물 금 대부분을 영국 런던의 영란은행 등 해외에 예치 중이다. 해외 보관은 금을 매각하기 용이하며 대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금 보관 비용이 발생한다. 한은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도 금을 분산 보관하는 추세”라며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그동안 금 매입에 신중했던 한은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은은 2013년 이후 실물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았다. 금은 이자나 배당이 발생하지 않는 무수익 자산인데다 장기간 수익률도 주식 등 다른 자산보다 낮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글로벌 경제·안보 상황이 급변하며 한은의 기조도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하고 상시화하면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은의 금 보유 규모는 13년째 변동이 없는 상태다.

또 최근 국제 금값이 고점 대비 다소 조정을 받아 매입 부담이 낮아졌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은은 2분기부터 금 ETF도 소규모로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공개했다. ETF는 외환보유액 통계상 실물 금이 아니라 유가증권으로 분류된다. 한은 관계자는 “ETF는 실물 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금 투자 채널을 다양화하는 차원”이라며 “시장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금 보유 목표 비중이나 향후 매입 규모에 대해서는 “외환보유액 운용 전략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공개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시장 상황을 봐가며 아주 완만한 속도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생산 금의 경우 LS MnM과 고려아연 두 곳이 연간 40~45톤(t)을 생산하며, 이중 수출 물량은 4~5t 수준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한은은 이날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따라 국내 금 실물 인출 시 부과되는 부가세도 면제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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