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장기계약 '봇물'…"계약 이행 구속력 강화해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전 04:01

[이데일리 김소연 송재민 기자] “급증하는 5년 장기 계약의 세부 내용을 잘 따져야 한다. 마냥 고무적인 일은 아니다.”

메모리 과점 3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장기 공급계약이 업계 표준처럼 새로 자리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장기 계약 남발은 버블의 신호였다”는 말까지 들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5대 하이퍼스케일러와 계약을 완료했고 총 10개 대형 고객사와 L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기본 5년에 매년 협상을 거쳐 1년씩 연장하는 ‘롤링 계약’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계약 이행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예치금 성격의 선수금을 조건에 포함했고,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을 이미 수령했다.

SK하이닉스는 10여개 고객과 장기 공급계약(LTA) 협상을 마쳤다. 계약 기간은 5년이다. 마이크론은 기존 LTA보다 구속력이 강한 전략고객계약(SCA)을 도입했다.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조항이 대표적이다. 산업계 한 인사는 “LTA는 공급자에게는 안정적 매출과 생산라인 가동률 보장을, 고객사에게는 안정적 물량 확보와 원가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경영 무기”라고 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미나 기자)
다만 관건은 리스크 관리와 가격 조정 장치 등을 합리적으로 설정했을 때다. 아울러 업계 초호황이 장기화해야 한다. 과거 장기 계약의 실패 사례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LTA 급증을 두고 버블 신호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실제 2021~2022년 코로나19 당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화하자 서버·PC·모바일 업체들은 메모리 확보를 위해 2~3년 장기 계약을 경쟁적으로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수요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고객사 재고가 사상 최대로 불어났고, 메모리 가격은 급락했다. 이는 2022~2023년 반도체 잔혹사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가격 상·하한을 명확히 설정하고 선수금, 최소 구매 물량 등 계약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구속력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을 세밀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업계 고위인사는 “너무 많은 비중의 생산능력을 장기 계약으로 채우면 안 된다”며 “단기 계약, 현물거래, 신규 고객 물량 등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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