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형마트 세인즈버리가 온라인·비식품 사업 확대를 위해 사들인 생활용품·전자제품 유통업체 '아르고스'를 인수가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매각한다. 한때 아마존에 맞설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대했던 자산이 10년 만에 대규모 손실을 남긴 채 비핵심 사업으로 밀려난 것이다.
◇고객 소비 습관 간과한 세인즈버리…눈물의 손절
영국 대형마트 세인즈버리가 아르고스를 헐값에 매각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 세인즈버리는 아르고스를 발판 삼아 식품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전자제품까지 판매하는 종합 유통기업으로 도약하려 했다. 그러나 인수 10년 만에 아르고스를 정리하면서 온라인·비식품 사업 확대에 걸었던 승부수도 실패로 끝났다.
이번 거래를 이해하려면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세인즈버리는 당시 아르고스 모회사인 홈리테일그룹을 14억파운드에 인수했다. 아르고스는 영국 전역에서 가전제품과 가구, 장난감,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던 대표적인 비식품 유통업체로, 온라인 주문 상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도 일찍부터 운영하고 있었다.
세인즈버리는 자사 슈퍼마켓 점포망에 아르고스의 상품군과 온라인 주문·배송 체계를 결합하면 식료품 고객에게 전자제품과 생활용품까지 함께 팔 수 있다고 봤다. 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에 맞설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인수 이후 세인즈버리는 아르고스 단독 매장을 줄이고 자사 슈퍼마켓 안에 매장을 들였다. 점포 운영비를 낮추는 동시에 장을 보러 온 고객과 전자제품 구매 고객을 한곳으로 끌어모으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매장을 합치는 것이 고객의 소비 습관까지 바꾸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은 가까운 마트에서 반복적으로 구매하지만, 전자제품과 생활용품은 여러 온라인몰의 가격과 배송 조건을 비교한 뒤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업체들이 가격과 상품 구성, 배송 속도를 앞세우면서 아르고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식품 유통서 쌓은 경쟁력, 비식품선 '글쎄'
영국 슈퍼마켓이 비식품 사업에 진출했다가 쓴맛을 본 것은 세인즈버리가 처음은 아니다. 경쟁사이자 영국의 또 다른 대형 마트 체인인 모리슨스는 지난 2011년 온라인 유아용품 업체 키디케어를 7000만파운드(약 1346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요 경쟁사보다 온라인 사업 진출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모리슨스는 키디케어를 통해 온라인 판매 경험과 물류 역량을 단번에 확보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모리슨스는 키디케어의 온라인몰만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형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기존 슈퍼마켓 고객 가운데 어린 자녀를 둔 소비자들이 유모차와 카시트, 아기용품 등을 함께 구매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식품을 사러 온 고객이 자연스럽게 고가의 유아용품까지 구매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유아용품 시장에는 이미 전문점과 온라인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안전성과 기능을 꼼꼼히 비교했고, 슈퍼마켓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키디케어를 선택하지 않았다.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려고 인수한 회사에 다시 대형 점포 투자비까지 투입되면서 모리슨스의 부담은 오히려 커졌고, 결국 회사는 인수 3년 만에 키디케어를 영국의 한 사모펀드운용사에 매각했다.
현지 자본시장에서는 두 사례 모두 식품 유통에서 쌓은 경쟁력을 비식품 부문에 그대로 적용하려 한 데서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인즈버리와 모리슨스는 슈퍼마켓이 가진 점포망과 고객 기반을 활용하면 전자제품이나 유아용품도 손쉽게 팔 수 있다고 봤지만, 온라인 시장에서는 가격과 배송 속도, 상품 구성, 재고 관리 역량이 승부를 갈랐다. 슈퍼마켓 안에 매장을 들이거나 기존 고객에게 상품을 노출하는 것만으로는 전문 온라인 업체를 따라잡기 어려웠고, 인수 이후 매장 이전과 조직 통합, 시스템 투자 비용까지 더해졌다.
여기에 물가 상승과 소비 둔화가 겹치면서 비식품 사업의 부담은 더 커졌다. 소비자들은 식료품 지출은 유지하면서도 전자제품과 가구, 유아용품처럼 구매를 미룰 수 있는 품목부터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영국 대형마트들은 이러한 상황에 외형 확장보다 식품 가격 경쟁력과 현금흐름 관리에 다시 무게를 두고 있다. 세인즈버리는 은행과 현금자동입출금기 운영 사업, 아르고스 카드 사업 등을 정리하고 있으며, 모리슨스도 비핵심 사업 확대보다 차입금 감축과 기존 점포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