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SP 날개 단 안랩블록체인컴퍼니 "금융권 협업 3배 급증…공공수탁 적극 공략"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전 05:01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안랩블록체인컴퍼니(ABC)는 단순한 가상자산 커스터디 회사가 아니라 기업이 디지털자산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지갑과 보안, 수탁 인프라를 통합 제공하는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입니다.”

지난 4월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취득한 안랩블록체인컴퍼니의 임주영 총괄은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안랩 사옥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2022년 설립된 안랩블록체인컴퍼니는 국내 대표 보안기업 안랩의 블록체인 자회사다. 디지털자산 지갑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웹3 금융 인프라 사업으로 빠르게 외연을 넓히고 있다.

기존 지갑 인프라에 가상자산 보관·이전 자격까지 갖추면서 웹3 금융 인프라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VASP 취득 후 불과 석 달 만에 금융권과 진행하는 개념검증(PoC)과 최소기능제품(MVP) 사업이 이전보다 3배나 증가했다. 임 총괄은 “그동안 소비자용 지갑을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기술적 노하우를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 등 전통 금융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서비스는 ‘ABC 클라우드 월렛’이다. 개인과 기업, 기관, 재단 등이 온라인으로 신청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로, ABC가 운영하는 커스터디 인프라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제공한다. 은행과 증권사,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등 고객의 지갑 생성부터 기업의 내부 운영 계정, ABC가 관리하는 수탁고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엔드투엔드(E2E) 구조가 특징이다. ABC가 자산 보관과 VASP로서 규제 의무를 담당하고 기업 고객은 자체 업무 환경에 맞춰 부서별 권한과 자산 집행 한도, 다중 승인 절차 등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세청·검찰 등 공공기관 커스터디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방침이다. 안랩과 연계한 보안 역량은 물론 다양한 가상자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은 ABC만의 경쟁력이다. ABC의 기업형 지갑 서비스(WaaS·Wallet-as-a-Service)는 온체인 지갑을 직접 생성하는 구조다. 이더리움가상머신(EVM) 계열에서는 필요한 만큼 지갑을 만들 수 있고 EVM과 구조가 다른 이기종 블록체인도 폭넓게 지원한다.

효율 극대화를 위해 기존 커스터디와 컨소시엄도 고려하고 있다. 임 총괄은 “ABC는 자체 수탁고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수탁사업자와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며 “핫월렛 시스템이 없는 수탁사는 ABC의 클라우드 월렛과 핫월렛 인프라를 이용하고 실제 자산은 자체 수탁고에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외 진출 전략도 세웠다. ABC는 향후 일본과 동아시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기업형 지갑 서비스인 WaaS와 커스터디 인프라를 공급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 발굴에 나섰다. 기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월렛과 양자내성 지갑 보안 기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다음은 임주영 총괄과의 일문일답.

임주영 안랩블록체인컴퍼니(ABC) 총괄. (사진=안랩블록체인컴퍼니)
임주영 안랩블록체인컴퍼니(ABC) 총괄. (사진=안랩블록체인컴퍼니)
-ABC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2007년 안랩에 합류해 신사업과 보안 제품 기획, 금융보안 솔루션 업무를 담당했다. 2016년부터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신사업을 검토했고 2017년 하드웨어 월렛과 소프트웨어, 보안 기술 등을 내부에서 개발했다. 이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고 2022년 ABC 설립과 함께 합류했다.

-ABC의 핵심 사업은.

△ABC는 단순한 수탁회사가 아니라 기업이 디지털자산 사업을 할 때 필요한 지갑과 보안, 수탁 인프라를 통합 제공하는 회사다. ABC의 사업 방향은 모회사 안랩의 성장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안랩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제품에서 축적한 사용자 데이터와 보안 기술을 패키징해 기업 간 거래(B2B) 사업으로 확장했다.

ABC도 같은 방식으로 B2C 지갑 운영 경험을 B2B 인프라 사업으로 연결하고 있다. B2C 지갑은 ABC가 필요한 기술과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기 위한 엔드포인트다. 2022년 B2C 서비스인 ‘ABC 월렛’을 출시하면서 지갑에 필요한 보안과 기술 요소, 이용자들의 실제 요구를 축적했다. 2024년에는 기업들이 자체 지갑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형 월렛인 WaaS를 출시했다. 당시 약 80개 웹3 기업이 ABC의 WaaS를 이용했다.

2025년 4월에는 그라운드엑스의 카카오톡 기반 디지털자산 지갑 ‘클립’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약 240만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갑을 운영한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했다. 클립과 ABC 월렛을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 기술적 노하우와 비즈니스 경험을 제도권 금융회사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있다.

-ABC가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곳은.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 등 전통 금융회사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웹3와 전통 금융의 융합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증권이다. 국내에서도 토큰증권 제도화를 계기로 토큰증권 시장과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관련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기업 간 결제와 정산에서는 은행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최종 접점이다.

-지난 4월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을 취득한 뒤 사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VASP 자격 취득 이후 금융회사와 진행하는 PoC와 최소기능제품(MVP) 사업이 약 3배 늘었다. 전통 금융회사들은 VASP가 아니기 때문에 디지털자산 PoC나 MVP를 추진하거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할 때 가상자산의 보관과 이전을 직접 수행하기 어렵다. ABC는 지갑 인프라 기술과 함께 가상자산 보관·이전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단순 기술 개발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이 실제로 보관되고 이동하는 과정까지 PoC와 MVP의 전 주기를 지원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단순 PoC보다 실제 사업화를 전제로 한 MVP 형태의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KB국민카드와 외국인이 보유한 개인 지갑을 KB페이에 연동해 국내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PoC를 진행했다. BNK금융그룹과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화폐 재유통 시스템을 검증했다. 현재 지역화폐는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거래가 끝나는 단방향 구조다. BNK와 진행한 PoC는 가맹점이 받은 지역화폐를 다른 가맹점에서 다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적용해 2차, 3차 유통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PoC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디지털자산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더욱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게 되면 1인당 소비 규모도 증가할 수 있다. 기업 간 거래로 범위를 확대하면 시장은 훨씬 커진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경우 기업의 해외법인 간 대금 지급과 정산 과정도 단순해지고 중간 수수료와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출시한 ABC 클라우드 월렛의 강점은.

△ABC 클라우드 월렛은 ABC가 운영하는 커스터디 인프라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ABC가 기업의 자산을 수탁하고 VASP로서 필요한 규제상 의무를 수행한다. 기업확인(KYB)과 자금세탁방지(AML) 절차를 마친 기업 고객은 자산이 ABC의 수탁고에 보관돼 있더라도 자신의 업무 환경과 내부 정책에 따라 이를 운영할 수 있다.

기존 수탁 서비스에서는 고객이 자산 이동을 요청하면 수탁사가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ABC 클라우드 월렛은 자산이 수탁고 밖으로 나가는 최종 단계에서는 ABC가 통제하지만 수탁고 안에서 일어나는 업무는 고객사가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별로 독립된 계정을 제공하는 멀티테넌시 구조도 적용했다. 각 기업의 데이터가 다른 기업과 섞이지 않으며 기업 관리자는 직원을 초대해 부서별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출의 일부는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수탁고로 보내는 정책을 설정할 수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리테일 고객을 온보딩하고 입금·출금용 지갑 주소를 생성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공공 커스터디 시장에서 ABC의 경쟁력은.

△ABC는 단순한 지갑 기술뿐 아니라 모회사 안랩과 협력해 온·오프라인 보안관제와 포렌식, 물리보안까지 제공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압수 자산을 보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다른 수탁기관과 비교한 ABC의 경쟁력이다. 압수·몰수되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주요 자산에 한정되지 않는다. 가치가 낮거나 유동성이 부족한 토큰이라도 압수 대상이라면 보관해야 한다.

일반 수탁사는 다양한 블록체인과 토큰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ABC의 WaaS는 온체인 지갑을 직접 생성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더리움가상머신(EVM) 계열에서는 사실상 필요한 만큼 지갑을 생성할 수 있다. 이기종 블록체인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보관한 자산을 매각해야 할 때는 트래블룰을 통해 거래소로 전송할 수도 있다.

ABC가 기업 간 거래 자산을 직접 수탁하는 것만을 주요 사업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ABC는 다른 수탁사와 협력하기 위해 이미 다른 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있다. ABC의 역할은 금융회사나 공공기관이 디지털자산 관련 업무를 할 때 필요한 금고와 지갑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이 ABC 클라우드 월렛을 ABC의 수탁고가 아니라 다른 수탁사의 수탁고와 연결하고 싶다면 이를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핫월렛 시스템이 없는 수탁사는 ABC의 핫월렛과 클라우드 월렛 인프라를 사용하고 실제 자산은 자체 수탁고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사업 가능하다.

-AI 에이전트 분야에서 ABC의 역할은.

△ABC는 기업이나 이용자가 AI 에이전트에 역할과 권한을 부여하고 에이전트와 이를 실행시키는 주체 사이를 연결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ABC가 지갑과 보안에 강점을 가진 만큼 이 구조 안에서 결제 기능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AI 에이전트 결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것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당장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기업이 ABC 클라우드 월렛이나 WaaS를 도입했을 때 AI 퍼실리테이터가 지갑 관련 업무를 보다 쉽게 처리하도록 하는 MVP를 개발해 기업들에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 현재 이더리움 지갑만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지갑을 추가해달라”고 자연어로 명령하면 지갑 주소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방식이다. 대형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지갑과 웹3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금융회사도 많다. 이들 기업이 복잡한 블록체인 인프라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ABC가 제공하려는 기능이다.

-멀티체인 AI 에이전트 월렛 개발 현황은.

△웹3 인프라 기업 콜리전스와 ABC의 WaaS와 MPC 기술을 활용해 AI에 제한된 권한을 부여하는 AI에이전트 전용 멀티체인 지갑 ‘톡큰 에이젠틱 월렛’을 공동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현재 규제상 상용화하기 어려운 모델이어서 미국에서 진행되는 두 개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하이퍼리퀴드나 폴리마켓 등을 이용해 자동으로 투자하고 자산을 운용하는 서비스 등에 활용되는 구조다. 현재 MVP 개발을 마치고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는 단계다.

핵심은 버튼 한 번으로 여러 블록체인 사이에서 자산을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약 9개의 주요 네트워크에서 자산을 이동할 수 있으며 각 네트워크의 자체 가상자산 대신 USDC나 USDT로 가스비를 지급할 수 있다. 복잡한 트랜잭션을 단순화하고 가스비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AI 에이전트의 자산 지출 한도를 제어하는 정책도 보다 세부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해외 투자전문회사나 전문 투자팀이 에이전트 월렛을 이용해 자산 운용을 실험하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에서 가장 시급한 제도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어떤 사업을 허용하고 금지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제도화의 속도가 중요하다. 법안이 준비되고 있지만 산업의 변화 속도와 비교하면 너무 느리다. 불과 수개월 사이에도 AI 에이전트가 업무 전반에 활용될 정도로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이 발전하는 속도가 빠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해야 할 숙제도 더욱 빠르게 쌓이게 된다.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도화가 늦어지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미국 기업의 인프라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해외 사업이나 기업 외환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추진되는 PoC도 외국인이 보유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국내에 들여왔을 때 이를 어떻게 결제와 정산에 활용할 것인지에 집중돼 있다. 제도가 늦어질수록 달러 기반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국내 기술기업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국내 금융회사 역시 해외 인프라에 종속될 수 있다. 가상자산이나 외환 문제를 법안 한두 개로 단편적으로 통제하려 하면 오히려 한국 시장을 갈라파고스화할 수 있다. 가상자산사업자 규제와 스테이블코인, 외환 관련 제도를 동시에 살펴보면서 법제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

-ABC의 중장기 사업 목표는.

△단기와 중장기 목표 모두 결국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고 지갑 인프라를 둘러싼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아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과 동아시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지갑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현지에서 함께 사업을 추진할 파트너를 발굴하고 있다. 해외 금융회사도 ABC의 WaaS와 커스터디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현지에서 필요한 인허가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AI 에이전트 월렛을 고도화하는 한편 양자컴퓨터 환경에 대비한 지갑 보안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 기존 비트코인 지갑의 보안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양자내성 기술과 관련한 특허와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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