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은, BIS 국장급 대응반 구성…“국제 논의 주도한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전 11:45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커뮤니티에서 국제 금융규범을 만드는 과정에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조직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위원회별 논의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사적 전략회의를 통해 공동 대처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한은은 BIS 산하 각 위원회의 논의를 총괄하는 국장급 대응체계를 새로 구축했다.

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한은은 지난주 BIS 대응을 위한 첫 국장급 전략회의(킥오프)를 열었다. 회의에는 BIS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9개 유관 부서의 국장급과 담당 임원, 실무진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BIS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국제기구다.

이번 회의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것이 아니라 BIS 산하 각 위원회의 논의와 연간 의제를 은행 차원에서 공유하고 대응 전략을 조율하기 위한 국장급 협의체 성격이다. 일회성 회의가 아니라 향후 정례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은 출장이나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담당자 중심으로, 이슈 건별로 대응했다면 앞으로는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고 은행 차원에서 함께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응체계는 BIS에서 12년간 경제고문 겸 조사국장, 통화경제국장을 지낸 신현송 한은 총재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BIS 이사를 맡고 있는 신 총재는 국제회의에서 이미 정해진 의제에 사후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의제가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부터 한국의 정책 경험과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과거 한은의 BIS 대응 방식과도 차별화된다. 이창용 전 총재 시절에는 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 활동을 중심으로 국제 논의에 참여했고, 이주열 전 총재 때는 BIS 이사회 참석을 준비하기 위한 ‘의제반’이 운영됐지만 특정 회의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했다.

반면 이번 체계는 특정 회의를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BIS 산하 여러 위원회의 논의를 은행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

지난주 열린 첫 회의에서는 BIS가 내년도 업무계획과 주요 의제를 확정하기 전 한은의 관심 사항을 미리 정리해 국제 논의에 반영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소버린 인공지능(AI), 프로젝트 한강,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예금·국채 토큰화, 국경 간 지급결제 등 국제 규범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분야에서 한국이 초기 ‘룰 세팅(rule-setting)’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진 점도 이번 대응체계를 마련한 이유 중 하나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높은 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배경, 프로젝트 한강과 CBDC 실험 등은 BIS를 비롯한 국제회의에서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은은 이 같은 한국의 정책 경험과 사례를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 의제로 발전시켜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응체계 개편을 두고 BIS 출신인 신 총재가 한은의 국제적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사적 대응에 본격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신 총재가 장기적으로 BIS 사무총장 등 최고위직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이번 대응체계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AI생성)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AI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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