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정거에 삐끗했다고 200번 통원?… 나이롱환자 막을 '8주 룰' 온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후 07:14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5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8월 차를 운전하던 중 차량 후미 접촉 사고를 당했다. 경추·요추·견관절 염좌(삠)로 A씨가 받은 상해등급은 12급. 14개 상해등급 중 세 번째로 가벼운 등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14번 진단서를 끊어가며 열 달 넘게 입원·통원 치료를 이어갔다. 이를 통해 A씨가 보험사에서 받은 보험금은 1225만원에 이른다.

B씨는 운전 중 상대 차량이 끼어들기를 하다가 비접촉 사고를 당했다. B씨는 급정거로 인한 근육 긴장과 염좌를 호소하며 200번 넘는 통원 치료를 받았다. B씨는 그 사이 치료비로 1340만원을 수령했다. 이와 같은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법령이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이번에 통과된 자동차손배법 개정안은 염좌와 타박상 등 교통사고 경상환자(상해 구분 12~14등급)가 사고 후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내 전문 치료인에게 치료 필요성 검토를 받도록 하는 ‘8주 룰’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8주 룰을 만든 건 실제보다 부상을 과장하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로 인한 보험금 과다 지급을 막기 위해서다. 상해 구분 12~14등급은 대부분 염좌·타박상 환자인데 지난해 이들이 청구한 진료비는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기준으로만 1조 3000억원이 넘는다. 2020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43%가 늘었다. 1인당 진료비도 2020년 58만 7000원에서 지난해 77만 7000원으로 늘었다. 손해보험 업계에선 이런 추이가 경상에 대한 과잉진료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그동안 손해보험 업계에선 과잉진료에 대한 불필요한 보험금 지출을 줄이고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왔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지난해 7080억원 영업손실을 봤고, 올해도 상반기 영업손실만 1890억원에 이른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게 한방병원 나이롱 환자들”이라며 “정말 아프지도 않은데 계속 입원해서 합의금을 받으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괜한 치료비가 나가는 것 때문에 보험금이 많이 나가고 손해율과 자동차보험료도 동시에 같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8주 룰이 도입되면 나이롱 환자들을 솎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나이롱 환자를 최소한 심사를 통해 한 번 걸러야 되는 거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오랫동안 있었고 업계에선 8주 룰을 중요도 높은 과제로 봐 왔다”며 “손해보험 업계에선 8주 룰 시행에 기대를 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환자단체에선 8주 룰이 환자의 진료권을 제한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 국토교통부는 “종합병원 10년 경력 이상의 의과·한의과 전문의 200여 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환자의 치료 필요성을 공정하게 검토할 예정”이라며 “경험 많은 의료인의 검토를 통해 기존 진료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상병을 추가로 확인하여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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