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AX 핵심은 '업무 재설계'…"단순 AI 활용 아닌 구조 바꿔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후 06:50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전환(AX)의 방향을 ‘AI 활용’이 아닌 ‘업무 재설계’에 맞추고 조직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 교육에서 단순히 인공지능(AI)을 업무에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 흐름 전반을 AI에 기반해 다시 설계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2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2300여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실시 중이다. 앞서 전 관계사 사장단 50여 명을 대상으로 AI 집중교육인 ‘AX 부트캠프’도 실시했다. 경영 현안이 아닌 특정 역량을 주제로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올해 임원 평가부터 ‘AX 역량 제고’ 배점을 기존 2~5점에서 20점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과 함께 평가를 동시에 바꾸며 AI 기반 조직 문화를 업무 전반에 정착시키려는 시도다.

이번 임원 대상 교육의 핵심은 새로운 AI 활용법을 익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AI로 혁신하라는 것에 있었다고 한다. 회사는 교육 과정에서 ‘기존 업무를 AI로 일부 대체하거나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AX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AI를 활용해 업무를 진단하고, 사람과 AI에이전트가 각각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 흐름 자체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교육에서는 AI 활용법보다 업무 재설계에 상당한 시간을 배정했다. 임원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세부 단위로 분해한 뒤 사람과 AI에이전트의 역할을 구분하고 업무 순서와 담당을 새롭게 배치하는 방법론을 학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DX부문도 앞서 4월에 진행한 AI 특별교육에서 ‘업무 재설계’ 강의를 편성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I를 업무 보조 도구가 아닌 업무 구조 자체를 바꾸는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평가 기준을 바꾼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올해 신설·확대된 AX 평가는 △AI로 대체 가능한 업무를 찾는 워크플로 재정립(5점) △실제 AI 에이전트를 개발·적용하는 ‘AI 에이전트 확보’(5점) △재무 성과와 업무처리 기간 단축, 인력 효율화 등을 평가하는 ‘조직 효율성 제고’(10점) 등으로 구성됐다.

눈에 띄는 점은 AI 도입 자체보다 ‘성과’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AI를 적용해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거나 마케팅 분석을 자동화하고, 챗봇 도입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업무 방식이 실제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AI를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업무 구조를 얼마나 바꾸고 성과로 연결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최고경영진이 직접 이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AX 추진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연구개발(R&D)부터 생산, 마케팅, 지원까지 모든 분야에서 AI를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무 영역의 업무 재설계와 개발·제조 현장의 자동화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AX가 일부 조직의 과제가 아닌 전사 단위 과제로 자리 잡는 모양”이라며 “교육뿐만 아니라 평가와 보상까지 업무 재설계 성과와 연결한 만큼 삼성의 AX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영사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환영사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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