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맞먹는 구글 HBM 수요…내년 삼성·SK 각축전[only이데일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전 04:01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내년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구글 인공지능(AI) 가속기의 HBM 수요 격차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HBM 시장이 내년 이후 지각변동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HBM 시장이 엔비디아·구글 두 축으로 재편될 경우 삼성전자가 내년 HBM 시장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의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E.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E. (사진=삼성전자)
4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반도체업계 자료를 보면, 내년 AI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반도체(ASIC)에 탑재되는 HBM 수요는 약 486억Gb(기가비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저장 용량 단위(기가바이트·GB) 단위로 환산할 경우 2시간짜리 4K 고화질 영화 약 2억5000만편을 동시에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는 약 181억Gb로 37.3%를 차지하고, 구글은 약 175억Gb로 36.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 회사 간 격차는 약 6억Gb, 점유율로는 1.3%포인트에 불과하다.

그동안 HBM 시장은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제품 출시 일정과 공급망에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 구글이 자체 설계한 텐서처리장치(TPU)를 빠르게 늘리면서 HBM 수요까지 엔비디아 GPU와 구글 TPU를 양대 축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HBM 수요처는 사실상 엔비디아 일변도였는데, 내년부터 격변기를 맞는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 맞먹는 구글 HBM 수요…내년 삼성·SK 각축전[only이데일리]
구글의 내년 HBM 수요를 제품별로 보면 미디어텍이 설계한 TPU v8i가 약 91억Gb로 가장 많다. 브로드컴이 설계한 TPU v8t도 약 62억Gb에 달한다. TPU v7p와 v9 수요는 각각 약 3억Gb와 18억Gb로 추정된다. TPU v8i·v8t에는 HBM3E 12단, 차세대 TPU v9에는 HBM4E 12단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됐다. 구글이 TPU 세대 전환과 함께 HBM3E에서 HBM4E로 수요를 넓혀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글의 급부상은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 확대 전망에도 힘을 싣는다. UBS는 최근 고객 노트에서 삼성전자가 내년 전체 HBM 비트 출하량의 41%를 차지하며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48%에서 내년 39%로 내려가고 마이크론은 2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UBS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내년 SK하이닉스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역전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겼다.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실물.(사진=이영훈 기자)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실물.(사진=이영훈 기자)
현재 엔비디아 공급망만 보면 SK하이닉스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루빈용 HBM4 초도 물량 가운데 SK하이닉스가 60~70%, 삼성전자가 25~30%를 맡은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내년 HBM 1위가 유력해진 것은 구글 TPU, AMD 등 비(非)엔비디아 물량 확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내년 구글의 주요 TPU 제품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모두 HBM 공급 후보로 거론된다. 구체적인 업체별 배분 비율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엔비디아에 비해 공급망이 다변화돼 있어 삼성전자가 물량을 확대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구글의 HBM 수요가 엔비디아와 비슷한 규모까지 늘어날 경우 구글의 공급사별 물량 배분이 전체 시장 순위를 뒤바꿀 수 있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 강점까지 더해 D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39%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3분기 HBM4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반기 기준으로는 HBM4 매출이 전체 HBM 매출의 60%를 넉넉히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중 전체 D램 점유율과 동등한 수준의 HBM 점유율을 확보해 균형 잡힌 D램 사업 포트폴리오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글 TPU용 HBM 공급 후보에 메모리 3사가 모두 포함된 만큼 수요 증가가 곧바로 삼성전자의 수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구글의 HBM 수요가 늘고 삼성전자가 구글에 납품한다면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와 후공정 패키징을 아우르는 ‘원키 솔루션’의 강점을 살린다면 물량 측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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