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무리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엑시나의 시리즈B 투자에는 기존 투자자들의 팔로우온 자금이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던 SBI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 스틱벤처스 등이 다시 자금을 넣은 데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IMM인베스트먼트가 공동으로 투자를 주도하고 신규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당초 1000억원 규모로 추진됐던 라운드는 2000억원으로 확대돼 마무리됐다.
엑시나 외에도 최근 굵직한 투자 라운드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재차 자금을 투입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신규 기업을 처음부터 발굴하기보다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기업의 후속 라운드에 참여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다.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의 시리즈D에는 기존 주주들이 약 1700억원을 투자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시드 단계부터 시리즈D까지 모든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으며 네이버벤처스와 산은캐피탈도 후속 투자에 나섰다. 초기 단계에서 확보한 지분을 유지하면서 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에 추가로 베팅한 셈이다.
지난달 말 157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우주부품 기업 엠아이디에도 팔로우온 자금이 들어왔다. 프리시리즈A 단계에서 투자했던 DSC인베스트먼트와 슈미트가 다시 참여했고 산업은행과 메디치인베스트먼트, IBK캐피탈, 포스코기술투자 등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기존 투자자의 재참여가 기술력과 사업 성과에 대한 신뢰를 보강하면서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팔로우온 투자는 AI와 반도체 등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한 딥테크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성 패션 플랫폼 애슬러를 운영하는 바인드의 100억원 규모 시리즈B에도 카카오벤처스와 베이스벤처스, 다성벤처스, 디캠프 등 기존 투자자들이 다시 자금을 넣었다. 직전 투자 이후 매출과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자 기존 주주들이 사업 성과를 확인하고 추가 투자에 나선 것이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이처럼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에 추가 자금을 넣는 팔로우온 투자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기업에 투자하려면 경영진의 역량부터 기술 경쟁력, 시장 규모, 재무 상황을 처음부터 검증해야 한다. 반면 기존 투자기업은 이사회와 정기 보고를 통해 사업 진행 상황과 자금 집행 내역을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투자 판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2대 신산업 분야 벤처투자액 5조2014억원 가운데 후속투자는 4조5624억원으로 87.7%를 차지했다. 신규투자는 6390억원으로 12.3%에 그쳤다. 후속투자 비중은 2024년 83.3%에서 1년 만에 4.4%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들어 초기 기업의 투자 유치 문턱도 높아졌다. 올해 1분기 시드부터 시리즈A까지 초기 투자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23.7% 감소한 반면 투자금은 6.4% 증가했다. 투자 건수는 줄었지만 기업 한 곳에 들어가는 금액은 커진 것이다. 여러 신규 기업에 자금을 나눠 투자하기보다 기술이나 매출 성과를 보여준 일부 기업에 자금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분 희석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VC가 팔로우온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후속 라운드에서 추가 자금을 넣지 않으면 신주 발행에 따라 기존 투자자의 지분율은 낮아진다. 반대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계속 투자하면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회수 수익도 키울 수 있다. 소수의 성공 기업이 펀드 전체 수익률을 좌우하는 VC의 특성상 이미 성과를 낸 기업에 자금을 집중할 유인이 크다.
초기투자 전문사들도 시드 투자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성장 단계까지 따라가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별도의 성장단계 펀드나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기존 포트폴리오의 시리즈A 이후 라운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초기 단계에서 발굴한 유망 기업을 다른 VC에 넘겨주기보다 후속 자금을 직접 공급해 성장에 따른 수익을 함께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기존 투자기업은 경영 상황과 사업 성과를 이미 파악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후속 투자의 매력이 커진다”면서도 “외부 투자자의 참여나 기업가치 상승 없이 기존 주주만 계속 자금을 넣는다면 성장 투자보다 손실을 미루기 위한 방어적 투자일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