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물가 시대, 세제는 민생의 버팀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전 05:01

[남혜정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2026년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표정은 한 가지로 정리하기 어렵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일부 기업에서는 높은 성과급 소식도 들려온다. 한편에서는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예전보다 휠씬 버겁게 느끼지는 요즘이다. 장을 보러 가면 예전보다 높은 물가에 장바구니는 가볍고 공과금과 생활비의 부담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특별한 사치를 하지 않아도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은 어느 때보다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기고]고물가 시대, 세제는 민생의 버팀목
이럴 때일수록 세제정책의 변화는 더욱 피부로 다가온다. 세제는 국민의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어려운 민생경제에 숨통을 틔우고 국민의 일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조세지출을 정비하고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활 현장에서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세제는 숫자로 설계되지만 그 효과는 결국 한 사람의 월급봉투와 한 가정의 식탁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근로장려금, 즉 EITC의 확대다. 일하는 저소득 가구의 소득을 보전하고 근로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제도를 한층 두텁게 보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EITC를 받을 수 있는 총소득 기준금액을 맞벌이 가구 기준으로 최대 800만원을 확대해 5200만원까지 상향했고 최대지급액도 360만원까지 늘린다. EITC는 일을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을 계속할수록 가계가 조금씩 안정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복지와 근로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경제적 자립을 향한 사다리를 보다 든든하게 놓으려는 정책 의지가 돋보인다.

근로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월세가 오르면서 월급날이 지나자마자 상당액이 주거비로 빠져나간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이번 개정안은 월세 세액공제 대상 월세액의 한도를 연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높인다. 청년의 경우 월세 세액공제율을 급여 수준에 관계없이 최대 공제율 17%로 적용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세대의 주거 불안을 덜어주려 했다. 주거비 문제 전체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매달 반복되는 월세 부담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준다는 점에서 체감도 높은 지원이라 할 수 있다.

영세 인적용역 사업소득자에 대한 배려도 생활경제의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원천징수 세율을 3%에서 2%로 낮추는 것은 실제 부담해야할 세금보다 원천징수 되는 세금이 많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영세 사업자에게는 나중에 돌려받는 환급금보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더 절실할 때가 많은데 원천징수 세부담을 낮추는 것은 가처분소득을 조기에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환급금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환급을 받지 못하거나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고 환급 신청을 해야 하는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업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주는 지원이라는 점에 정책적 의미가 있다.

좋은 세법은 국가 재정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가계의 숨통을 틔우고 기업에는 투자할 용기를 주고 미래세대에게는 지속가능한 재정을 남겨야 할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서민의 삶을 단숨에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일하는 사람과 월세를 내는 청년, 하루하루 생업을 이어가는 영세 사업자의 곁에서 작은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의 세제 개편에서도 화려한 경제지표 뒤에 가려진 평범한 이웃의 목소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정책은 높은 곳에서 설계되지만 그 정당성은 결국 우리 주변의 삶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피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지에서 완성된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