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표준계약서 및 해설서 인포그래픽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벤처투자 표준계약서가 개정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협상 테이블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전동의권이나 상환전환우선주(RCPS) 조건 등 계약 구조 자체가 쟁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최근 후속 투자와 성장 과정에서 실제로 영향을 주는 조항이 우선 검토되는 분위기다.
협상 초점 사전동의권에서 성장 조항으로 이동
5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가 지난달 초 3년 만에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개편하면서 RCPS 중심 관행을 CPS 중심으로 전환하고, 리픽싱과 IPO 조항 등을 완화해 창업자 부담을 덜었다. 사전동의권도 '전원 개별 동의'에서 '라운드별 집합 동의'로 변경됐다.
업계는 이번 개정의 핵심을 투자계약서(SPA)와 주주간계약서(SHA)를 분리한 데서 찾고 있다. 투자 실행 조건과 주주 간 권리·의무를 나눠 검토하면서 협상 포인트가 보다 선명해졌고, 표준계약서를 출발점으로 필요한 부분만 조정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화성 한국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은 "과거에는 사전동의권 범위나 투자자 개별 권한이 협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면, 최근 들어 사업 성장과 후속 투자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항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SPA와 SHA가 분리되면서 투자조건과 주주 간 권리·의무를 구분해서 검토하는 문화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계약 구조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라운드별 집합동의 도입은 의사결정 속도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다. 기존에는 투자자 전원의 개별 동의가 필요해 후속 투자나 주요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제는 투자 라운드별로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는 구조가 표준으로 제시됐다.
다만 시행 초기인 만큼 실제 딜 클로징 기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단정하기는 이르다. 주요 하우스들은 이미 유사 구조를 써왔던 만큼 이번 개정은 제도를 공식화한 성격이 강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및 해설서 인포그래픽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RCPS에서 CPS로…후속 투자 계획 등 기업 펀더멘털 실사 강화 추세
RCPS 중심에서 CPS 중심으로의 전환과 리픽싱 완화도 초기 투자시장의 협상 언어를 바꾸고 있다. 과도한 지분 희석 우려는 줄었지만 그만큼 투자자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정보공개, 경영진의 이행 의무를 더 면밀히 살피는 분위기다.
IPO 조항 역시 결과 의무에서 최선 노력 의무로 바뀌면서 창업자 부담은 완화됐지만,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운용 기준은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표준계약서가 현장에 정착하려면 신규 투자계약뿐 아니라 기존 투자계약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규 투자자만 개정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기존 투자자의 권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후속 투자 과정에서 계약 구조가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표준계약서 개정 취지는 초기 스타트업의 과도한 계약 부담을 완화하고 창업 친화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며 "투자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보완해야해 기업의 펀더멘털과 신뢰 관계를 중요하게 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회장은 "일부 보호조항이 완화되면서 투자자는 사업성과, 재무지표, 정보제공, 경영진 의무, 후속 투자 계획 등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는 방향으로 실사가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ideaed@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