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효성 논란 'K-디스커버리'…중기부, 세부 가이드라인 만든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후 02:35

[이데일리 안소현 기자] 기술탈취 피해 기업의 증거 확보를 돕기 위해 도입된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K-디스커버리)가 시행도 하기 전에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가 법원과 함께 세부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변호사 비밀유지권 조항에 따른 한계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사진=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 (사진=연합뉴스)
5일 중기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8년 2월 시행 예정인 개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 도입된 K-디스커버리 제도의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법원행정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쪽과 얘기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시행령이나 규칙 등)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는 좀 더 얘기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K-디스커버리는 기술탈취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기업을 방문해 자료를 조사하고 이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기술탈취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 등을 참고해 도입됐다.

문제는 상생협력법에 변호사 비밀유지권(ACP)과 변호사 업무성과물(AWP) 보호 규정이 함께 들어가면서 불거졌다. 상생협력법에 따르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 의사교환 내용과 변호사가 사건 대응을 위해 작성한 서류나 자료는 전문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때문에 중소기업계에서는 기술탈취 사건의 핵심 증거가 비밀유지권 뒤에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법률상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중기부는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 전까지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기부는 해외 사례를 검토하면서 법원과 함께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기부는 변호사 비밀유지권이 모든 자료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변호사가 법률 자문 과정에서 새롭게 작성한 의견서나 검토자료 등은 제출 대상이 아니지만, 기술탈취 기업과 피해 기업 사이에 오간 계약서나 이메일 등 객관적인 증거자료는 제출 대상”이라며 “이 같은 객관적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 부과나 재판상 불이익, 사실 인정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어렵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태관 재단법인 경청 이사장은 “가이드라인이 법률보다 하위 기준이 될 수 있다”며 “독소조항을 그대로 둔 채 운영 기준만 보완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법 개정을 통한 보완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는 앞으로 법원과의 협의를 거쳐 세부 운영 기준을 마련한 뒤, 2028년 2월 시행 전까지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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