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다르 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사진=연합뉴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산업통상부 업무보고에서 원유 도입선 다변화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관련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는 만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공급망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현재 원유 도입선 다변화 인센티브를 한시 지원에서 상시 제도로 확대하고, 다양한 유종을 처리할 수 있도록 정제설비 개선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사의 원유 처리 역량을 높여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다시 원유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중동 해상 운송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항로 위협까지 겹치면서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송 경로가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국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21년 59.8%까지 낮아졌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시 상승해 지난해 69.1%까지 높아졌다. 위기가 발생하면 도입선을 다변화했다가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아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호르무즈·홍해 리스크가 진정되면 같은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 인센티브를 상시화하고 정제설비 개선 지원을 통해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는 다양한 유종을 처리하기 위한 정제설비 개선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공급망 다변화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비중동산 원유, 특히 초중질유를 처리하려면 탈황·탈염·탈금속 설비 등에 수천억원대 투자가 필요하다”며 “단기간에 회수되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인 만큼 개별 정유사가 자발적으로 결정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는 석유·가스 관련 부담금이 주요 재원이지만, 석유 공급 안정 관련 예산 비중은 크지 않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자원 안보기금을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에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는 기업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과제”라며 “운송비 지원과 세제 혜택, 정제설비 투자 지원 등 장기적인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공급망 재편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