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교직원공제회 잇단 출자…하반기 VC 시장 '숨통'[마켓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후 05:14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하반기 들어 우정사업본부(우본)와 한국교직원공제회(교공)가 잇달아 벤처펀드 출자 계획을 내놨다. 국민성장펀드 출시로 모태펀드 외 상반기 내내 자금줄이 마른 채 버텨온 벤처캐피탈(VC) 업계로선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다. 두 출자사업 모두 인공지능(AI)을 핵심 투자처로 못 박은 만큼, 하반기 벤처투자 자금 역시 AI를 축으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5일 VC 업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30일 '2026년 우체국보험 국내 VC 위탁운용사 선정계획'을 공고하고 AI 벤처펀드에 최대 6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블라인드펀드 방식으로 운용사 3곳 안팎을 뽑는데, 지난해 말 결산 기준 운용자산(AUM) 3000억원 이상 대형사만 지원할 수 있다. 운용사별 최소 펀드 결성 규모는 1500억원, 공동운용사(Co-GP) 제안은 받지 않는다.

조건의 무게중심은 AI 밸류체인에 실렸다. 선정된 운용사는 우본 출자금의 200% 이상을 AI 인프라·AI 모델·AI 응용서비스·AI 전환(AIX) 등 4개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전략은 자율 제안이 가능하지만 구주나 주식 관련 사채 인수 위주의 세컨더리는 뺐다.

대신 제안 펀드가 국민성장펀드나 모태펀드 출자사업과 엮이고 AI 투자 목적에 맞으면 별도의 주목적 투자 요건을 걸지 않기로 했다. 정책자금과 우체국보험 자금을 붙여 덩치 큰 AI 펀드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제안서는 다음 달 13일까지 받고, 선정된 운용사는 통보일로부터 6개월 안에 펀드를 결성해야 한다.

앞서 이달 7일 공고한 교직원공제회 출자사업은 규모가 더 크다. 총 1000억원을 중형·소형 리그로 나눠 7개 운용사에 배분한다. 중형은 3곳 이내를 뽑아 펀드당 최대 200억원을 대며, 이들은 최대 3000억원짜리 벤처펀드를 만들어야 한다. 소형은 조합당 100억원 이내로 최대 4곳을 모집하고, 펀드 소프트캡은 500억원, 하드캡은 1000억원이다.

문턱은 낮지 않다. 교직원공제회는 이번 출자에서 Co-GP를 허용하지 않았고 과거 Co-GP 경력도 인정하지 않는다. 기존 교직원공제회 출자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라면 소진율 60% 이상을 채워야 명함을 내밀 수 있는데, 핵심운용인력과 별도 인력을 꾸리면 지원 길이 열린다. 우본이 AUM 3000억원 이상으로 자격을 제한한 것과 맞물려, 하반기 출자금이 대형사 쪽으로 쏠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출자 랠리가 반가운 건 상반기 벤처투자가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큼 훈훈하지 않았던 탓이다. 벤처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 상반기 누적 벤처투자액은 7조800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를 이미 넘어섰지만, 두나무 구주인수(2조2160억원)와 국민성장펀드의 대형 투자 등 초대형 딜을 걷어내면 온기는 특정 딜에 몰려 있었다.

반면 초기 라운드 투자는 36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6.9% 줄며 건수·금액 비중이 나란히 쪼그라들었다. 자금이 빅딜과 후기 단계로 쏠리는 사이 초기 벤처와 이를 담는 중소형 하우스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얘기다. 이번 우본·교직원공제회 출자가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우본과 교공에서 제시한 사업의 방향은 사실상 같다. AI 밸류체인을 겨냥하고, 자금을 소화할 대형사를 원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만 AI에 5조원 넘게 쏟아붓는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다만 자격 요건을 대형사 위주로 짜놓은 탓에, 이번 출자 랠리의 온기가 중소형 하우스까지 닿긴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도 업계 안에서 흘러나온다.

한 VC 관계자는 "'대형 앵커 출자가 마중물이 되면 민간 자금이 뒤따라 붙는 구조'라며 '하반기 펀드 결성이 본격화하면 초기 투자 시장에도 온기가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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