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산업에 성과가 집중되면서 서민과 지방경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상황으로, 거시 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및 기획예산처) 장관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거시 지표의 착시 현상이 한국 경제를 갉아먹는 가장 큰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00과 0의 평균은 50이지만, 0을 가진 사람 입장에선 그 평균이 아무 의미가 없다”며 단편적인 호황 지표에 취해 벼랑 끝에 몰린 서민 경제의 붕괴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경제 성과가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현상을 꼽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기업 실적은 크게 개선됐지만 내수와 지방경제, 자영업 등은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었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예상만큼 하락하지 않는 현상에 집중했다. 그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자본 유출입의 문제”라며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지 않고 해외 투자나 채권 운용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표면적인 지표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경제 지표 이면에 숨겨진 누락 현상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경제의 진짜 위기를 진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공급 확대가 시장 안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종합부동산세를 “징벌적 성격이 강한 세금”이라고 비판하며 세금과 대출 규제만으로는 투기 수요를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투기를 억제하고 시장을 안정화할 근본적인 해법으로 강 전 장관은 획기적인 주택 공급망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보존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비(非)그린 그린벨트와 도시 농지 등을 과감하게 해제해 묶여 있는 택지를 확보하고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주택금융 전담 은행을 설립하고 민간 임대주택 비중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큰 폭의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국내 증권시장의 체질 개선도 주문했다. 강 전 장관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지나치게 높은 개인 투자자 비중과 투기성 매매 행태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주식 시장에서 단기적인 변동성에 휩쓸려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경제 트렌드와 사이클을 봐야 승률을 높일 수 있다”며 “건강한 자본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펀드 등을 활용한 간접투자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강만수 전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