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고 도입과 고졸 채용 확대 등 취업문화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교육개혁의 방향과 새로운 인재 육성 모델에 대해 모색하고 청년 고용난을 해소할 해법을 들어봤다.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대학 진학에 쏠린 학구열을 실무와 배움이 공존하는 현장으로 돌려야 합니다. 고교 직업 교육으로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기고, 기업이 주도하는 사내대학을 통해 청년들에게 자산 형성의 든든한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고용 미스매치를 푸는 열쇠입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강만수 전 장관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을 주도한 마이스터고는 최근 들어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취업 성과를 내며 관심을 받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58개 마이스터고의 평균 취업률은 73.1%로 일반 특성화고(52.4%)를 크게 웃돌았다. 평균 입학 경쟁률도 1.77대 1로 꾸준한 상승 추세다. 충북반도체고의 경우 지난해 96%의 취업률을 기록했고, 우수 학생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채용이 보장되는 등 대기업 취업의 주요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강 전 장관은 이러한 성과를 단순히 ‘고졸 취업 확대’에서 끝내지 않고 취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체계 도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경우 최근 경력직만을 선호하는 현상에 심화하는 청년 고용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강 전 장관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과 학교과 채용 연계 협약을 맺고 교육과정의 절반가량을 현장실습으로 운영하면 학생들이 재학 시절부터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며 “실습 수당을 받으며 직무에 적응하고 졸업 후에는 사내대학이나 주말대학 등을 통해 계속 공부하며 정규 학사 학위까지 취득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강만수 전 장관
- ‘일·학업 병행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기업과 학교가 100% 사전 채용 계약을 맺는 것이 출발점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형 과목을 가르치고, 수업 절반은 계약을 맺은 기업의 현장 실습으로 채워 고등학생 때부터 실습 수당을 받으며 직무에 적응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후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면 주말 등을 이용해 사내대학에서 정규 학사 학위까지 취득하게 하자는 얘기다.
산업은행 회장 시절 도입했던 ‘KDB금융대학’이 대표적이다.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우수 고졸 인재들을 매주 금요일 연수원에 모아 정규 과정을 밟게 했다.
-마이스터고의 목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크게 세 가지다. 파격적인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한 기술 개발과 현장 기능 인력 양성,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한 취업 연령 단축, 그리고 저소득층 자녀의 취업 지원이다.
마이스터고를 도입할 당시 우리나라는 평균 취업 연령이 23~24세로 늦은 편이었다. 스위스나 독일처럼 고교 시절부터 일터와 배움을 연결해 17세 무렵부터 사회에 진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처음 이 제도를 고안해 공업고등학교 교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대학에 안 보내고 고졸 취업에 나서라하면, 학부모들이 우리 아들 장가도 못 가게 할 작정이냐며 뛰어올 것이라 우려하더라. 그래서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학구열을 살리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취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시스템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고졸 전문인력 양성 모델이 위축됐다는 평가도 있다.
△정권 교체 이후 마이스터고 제도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KDB금융대학마저 폐교 수순을 밟아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최근 LG전자가 배터리와 인공지능(AI)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사내대학원을 설립했다는 소식을 듣고 희망을 보았다. 애초 구상했던 대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앞장서 고등학생 때부터 실습을 지원하고, 사내대학을 통해 정규 졸업장을 쥐여주는 선순환 모델을 국가적으로 정착시키길 바란다. 기업 주도의 일·학업 병행 생태계 복원은 산업 현장에 우수한 기능 인력을 즉각 공급하는 최고의 경제·사회 정책이다.
-고졸 취업이 환영받지 못하는 문화가 걸림돌이 될 수 있지 않나.
△산업은행 회장 시절 한 번은 제주 지점에 발령받은 한 고졸 행원이 편지를 보내왔다. ‘우리 집은 항상 어두웠고 달이 뜨지 않았는데, 산업은행에 들어오고 대학도 다니게 되면서 비로소 달이 떴다’는 사연이었다. KDB금융대학이 저소득층 자녀에게 일자리와 학위, 그리고 자산 형성의 든든한 사다리가 됐다는 얘기다. 이들은 실무에서도 다이렉트 뱅킹 분야 등에서 탁월한 실적을 냈다. 당시 산은이 공공기관 평가 1등을 차지해 상으로 한 달 치 월급을 보너스로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눈부신 실적을 견인한 주역들이 바로 고졸 행원들이었다. 청년 고용난 문제도 이 같은 사례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도체 호황으로 걷힌 초과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 대신 2030 세대를 위해 써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과거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명 때는 오히려 일자리가 늘었지만, 다가올 AI 혁명은 최소한 일자리를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줄어들 확률이 높다. AI 시대를 맞은 지금의 반도체 특별 이익은 어찌 보면 훗날 취업 기회를 잃을 수 있는 2030 세대 희생의 전주곡일 수 있다.
또한 이 추가 세수는 현재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1992년 해외 차관을 빌려 반도체 인프라를 깔았던 선배 세대와 정부의 노력, 그리고 기적 같은 행운이 깃든 결과물이다. 재정학적으로 국가채무는 무조건 갚는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을 통해 부채 비율을 축소하며 관리하는 것이다. 귀한 재원을 국가 채무 상환에 쓰기보단, 일자리 감소 위협에 노출된 2030세대를 위한 ‘미래대응기금’ 등에 집중 투자하는 배려가 절실하다.
-일부 대기업의 지나친 성과급 논란에 대한 생각은.
△이재명 대통령이 영업이익에 대한 배분은 투자를 감행한 주주들이 하는 것이며,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현재 반도체가 거둔 이익은 법률 해석과 회계 원칙에 따라 아주 이성적으로 처리돼야 한다.
-정부의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비전에 대한 평가는.
△비전이란 동원할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을 최대로 발휘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국민에게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잠재성장률을 7%로 올리겠다는 ‘747 공약’을 냈는데, 당시 보잉 747 여객기를 빗대어 만든 직관적인 캐치프레이즈였다. 정치에서 설명이 필요한 구호는 실패한 것이다. 3·4·5 비전 역시 명쾌하다. 다만 대외 여건은 맘대로 할 수 없더라도 지나친 성과급 요구, 탄력성 없는 근로시간, 과도한 노동쟁의 등 우리가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대내적 악재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와 AI를 주축으로 한 메가 프로젝트 등 ‘5극 3특’ 지방주도성장을 어찌 보는가.
△지방 메가시티의 성공 여부는 아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기업 경영에 필요한 특수 서비스를 즉각 제공받을 수 있는 생태계는 뉴욕, 런던, 도쿄, 상하이처럼 인구 2000만명 규모의 메가시티에서나 형성된다. 좁은 국토 안에서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기초 교육과 의료 여건을 병행해 개선하느냐가 관건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다시 분리됐다. 후배 공직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지난해 세종시에 특강을 하러 간 적이 있다. 과거 같은 관료들의 패기와 사기를 느끼지 못해 안타까웠다. 헌법 통설에 따르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국민 다수가 뽑은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을 충실히 집행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잣대로 공직사회를 흔들지 말아야 관료들이 비로소 충성스럽게 일할 수 있다. 경험상 옳은 정책일수록 반대가 많았고, 바른길일수록 비난이 쏟아졌으며, 일을 많이 할수록 고난도 컸다. 그럼에도 공직자는 국가 경영의 최후의 보루다. 충성을 다해 일해야 나라의 미래가 밝다.
강만수 전 장관은…
△1945년 경남 합천 △경남고 △서울대 법학 학사 △제8회 행정고시 △재무부 국제금융국장 △관세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 △기획재정부 장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한국산업은행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