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과연 이러한 접근은 합리적인가. 은퇴를 앞둔 직장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평생 모은 자산을 배당주에 투자해 연 4~5%의 수익을 얻는 것과 소형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 투자해 임대소득을 얻는 것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둘 다 노동소득이 아닌 자산소득을 창출하는 행위이며 노후를 대비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주식 투자자는 투자자고 임대사업자는 투기꾼이라는 식의 단순한 구분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주택을 정부가 직접 공급할 수는 없다. 청년,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지방에서 상경한 직장인, 1인 가구 등 수많은 국민은 일정 기간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밖에 없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도 필요하지만 (질 좋은 주택 거주에 대한 욕구를 예외로 하더라도) 재정과 공급 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국 민간 임대시장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주거 공급 체계다. 어느 나라나 임대 시장의 건전한 육성과 성장이 주택 정책에 중요한 측면이다. 자영업자가 국민의 식생활을 책임지는 것처럼 민간 임대사업자는 국민의 주거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최근의 정책 흐름을 보면 임대사업자 전체를 마치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이나 사회적 문제의 주범처럼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물론 투기는 존재한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와 구분도 경계가 애매하긴 하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 시장 왜곡을 초래하는 투기적 다주택 보유, 초고가 주택을 이용한 자산 증식조차 큰 시장 질서와 규범에 반하지 않는다면 규제대상으로 보는 것 또한 신중해야 한다. 인플레이션과 수요공급에 의한 시장 기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희토류 광물조차 국제적으로 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정책 당국의 의무다. 그러나 투기와 임대 공급은 구분돼야 한다. 정부 정책은 투기를 억제해야지 임대 공급 기능 자체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정책 당국이 투기와 서민형 임대를 구분하지 못한 채 부동산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투기와 공급을 구분하지 못하면 결국 시장의 순기능까지 훼손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에서는 이 문제를 단순한 부동산 정책 차원이 아니라 노인정책과 복지정책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은퇴자들에게 사실상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연금에 의존하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자영업에 뛰어드는 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평생 회사에 다니다 은퇴한 사람이 갑자기 식당을 차리고 카페를 운영하고 편의점을 시작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험 부족과 과당 경쟁으로 인해 퇴직금과 노후 자금까지 잃어버리는 사례가 반복된다. 결국 개인은 빈곤에 빠지고 국가는 더 많은 복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반면 일정한 자산을 활용한 임대소득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후 생활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월세 50만원 수준의 소형 주택 다섯 채를 운영한다면 월 250만원의 임대소득이 발생한다. 여기에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이 더해진다면 상당수 은퇴자는 국가의 추가 지원 없이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수익이 아니다. 노인은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고 국가는 복지 부담을 줄이며 청년과 신혼부부는 필요한 임대주택을 공급받는다. 개인과 가계, 사회와 국가 모두가 이익을 얻는 구조다.
그런 점에서 소규모 서민형 임대사업은 단순한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일종의 민간 노후보장 시스템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장 기능이 위축된다면 결과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은 감소하고 임차인의 선택권은 줄어들며 노인의 자산소득 창출 기회 역시 축소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주식이 선이고 부동산이 악인 것도 아니며 부동산이 선이고 주식이 악인 것도 아니다. 건전한 주식 투자는 기업 성장에 기여한다. 건전한 임대사업은 국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한다. 둘 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자산 운용 방식이다.
따라서 정책은 자산의 종류를 차별하는 방향이 아니라 투기와 생산적 투자, 단기 차익 추구와 장기 공급 기능을 구분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초고가 투기성 보유와 단기 시세차익 추구는 엄격히 규제하되 청년과 신혼부부, 서민을 위한 중소형 장기임대주택 공급과 내집 마련 지원, 은퇴자의 안정적 자산소득 창출은 제도권 안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하는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것은 노인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보는 정책이 아니다. 스스로 자산을 활용해 소득을 만들고 동시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주거를 공급하도록 만드는 정책이다. 노령층에게 주식 투자의 위험성 또한 쉽게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가 정책적으로 제공하는 노후 안정 소득의 수단으로 제공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전월세를 이용해야 하는 것은 국민에게 안정적인 주거 공급 기능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모두 내 집을 갖는 것 또한 선택이고 또 다른 선택지도 사회는 수용해야 한다. 임대사업자는 모두 투기꾼이 아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주거를 책임지는 공급자이기도 하다.
이제는 “부동산은 악, 금융은 선”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어떤 투기는 막고 어떤 공급은 살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조세제도로 부동산 소유를 좌우한다는 오해 또한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그것이 시장도 살리고 청년도 돕고 노인도 살리는 균형 잡힌 정책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