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카지노 기금·5년 갱신 추진에…관광업계 "투자 막힌다" 반발[관광비즈]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7일, 오전 05:41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정부가 카지노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을 높이고 5년 단위 갱신허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관광업계와 정면충돌했다. 카지노·호텔·여행·마이스(MICE) 등 관광업계 12개 단체가 지난 3일 제도 개편 철회를 요구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같은 날 설명자료를 내 “카지노 특허사업의 정상화”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21.6% 늘어난 가운데 커진 시장 규모에 맞춰 공적 부담과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와 장기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업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사진=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사진=파라다이스시티)
◇15% 어디부터 적용하나…부담능력 놓고 이견

기금 개편을 둘러싼 양측의 계산법부터 다르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관광진흥법상 카지노 관광기금 부담률 상한을 현행 10%에서 15%로 높이는 것이다. 문체부는 현재 10%를 적용받는 모든 카지노 매출에 15%를 부과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밝혔다. 고매출 구간을 새로 만들고 해당 기준을 넘어선 매출에 높은 부담률을 적용하는 누진 방식이다.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행 기금은 카지노 매출 10억원 이하에 1%, 10억~100억원에 5%, 100억원을 넘으면 10%를 부과한다. 문체부는 법률에서 상한을 15%로 높인 뒤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받아 새로운 고매출 구간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 거론된 ‘매출 3000억원 이상 15%’도 확정된 안이 아니라고 했다. 기금은 법인 전체가 아닌 카지노 영업장별로 부과한다.

업계는 상한 인상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지노 기금은 영업이익이 아닌 카지노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돼 사업장별 수익성과 투자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광업계 12개 단체는 일부 사업자의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금 부담이 늘면 투자와 고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5년 외국인전용 카지노 현황(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025년 외국인전용 카지노 현황(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정부는 매출 기준 부과가 카지노업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라고 맞선다. 미국과 싱가포르, 마카오, 일본 등 주요 카지노 시장도 영업이익보다 카지노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영업이익은 투자와 회계처리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카지노 매출은 담세능력을 확인하기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지표라는 설명이다. 헌법재판소도 1999년 카지노 사업자의 헌법소원에서 매출 기준 기금 부과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시장 전체로는 회복세가 뚜렷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은 2조2638억원으로 전년보다 21.6% 증가했다. 입장객도 18.7% 늘어난 349만4000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카지노가 지난해 부담한 기금은 2195억원으로 순매출 대비 9.7%였다.

업계는 매출 증가만으로 부담 능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외국인 카지노가 단독 영업장보다 호텔과 MICE 공연 쇼핑시설을 함께 갖춘 복합리조트 형태로 바뀌고 있어 카지노에서 발생한 수익 상당 부분이 비카지노 시설에 다시 투입된다는 것이다.

제주도 롯데관광개발 드림시티(사진=롯데관광개발)
제주도 롯데관광개발 드림시티(사진=롯데관광개발)


◇정기점검 vs 5년 갱신으론 장기투자 어려워


갱신허가제를 놓고도 입장이 갈린다. 정부는 현행 제도를 사실상 ‘영속적 허가’로 본다. 카지노업은 1995년 이전 3년 단위 재허가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1994년 관광진흥법 개정 과정에서 허가 유효기간이 사라졌다. 정부는 진입이 제한된 특허사업을 유효기간 없이 특정 사업자에게 허용하는 현행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문체부는 갱신허가제가 5년마다 기존 사업자를 탈락시킨 뒤 사업자를 다시 선정하는 ‘재허가’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경영능력과 재무건전성 등 기존 허가요건을 유지하는지를 일정 기간마다 확인하고 기준을 충족하면 사업권을 이어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제도 시행 전 유예기간도 둘 계획이다.

업계는 허가 유효기간을 법에 명시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복합리조트는 사업계획과 인허가, 자금조달, 건설을 거쳐 문을 열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투자금 회수에는 더 긴 기간이 필요하다. 5년마다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면 금융회사와 해외 투자자가 사업 위험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카오와 싱가포르, 필리핀에 이어 일본까지 대규모 복합리조트 투자에 나선 상황도 업계가 규제 강화를 반대하는 이유다. 업계는 한국만 기금 부담과 사업권 규제를 동시에 강화할 경우 동아시아 복합리조트 유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과 세부 설계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영배 가천대 교수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재무건전성과 준법성, 관광 기여도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명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 이를 충족하면 갱신하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 교수는 “기금 부담 확대와 함께 투자환경 개선과 산업 육성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문체부 이명진 카지노산업정책팀장은 당시 토론회에서 “카지노업은 정부가 특허를 통해 허용한 산업인 만큼 30년 전 마련된 제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상황도 고려해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카지노 양도·양수와 법인 분할·합병, 최대주주 변경 등에 사전인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개정 과정에서는 고매출 구간과 적용률, 갱신 기간과 평가 기준, 기존 사업자 경과조치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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