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권혁홍 신대양제지 대표가 자사가 만든 골판지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권 대표는 최근 서울 서초동 강남사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면서 제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투자 의욕을 고취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보다 기업가 정신을 북돋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권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85세의 현역 CEO’ 타이틀의 비결은.
△건강 비결은 20년째 이어오고 있는 국선도다. 국선도를 시작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평생 일만 하다 보니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 먹고, 자고, 일하고 그것만 반복했다. 쉬는 날에도 공장에 가서 직원들을 만나고 일을 챙겼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60대가 되어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니 역기나 마라톤처럼 강도가 높은 운동은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국선도를 접했고 어느새 20년이 흘렀다. 국선도의 가장 큰 장점은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하는 맨손체조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국선도는 몸만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라 단전호흡을 통해 내장까지 함께 운동한다. 전신 운동이면서 정신 수련도 되는 셈이다.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내장까지 움직여 주는 운동으로 격한 운동이 아니라 누구나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국선도를 하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효과는 몸에서 먼저 나타났다. 국선도를 하고 나면 밥맛도 좋아지고 컨디션도 좋아진다. 지금도 매일 아침 국선도 도장에서 1시간씩 운동한 뒤 회사로 출근한다. 가장 큰 변화는 체력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다. 50년 넘게 제조업 현장을 지켜오면서 기업 경영도 결국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건강한 몸은 오래 일하기 위한 조건이고, 건강한 마음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회사에 출근해 직원들에게 잔소리할 일이 열 가지 있어도 한 두가지만 이야기하게 된다. 체력이 떨어지면 사람도 예민해지고 신경질이 나기 마련인데, 국선도를 하면 그런 부분이 많이 달라진다. 건강해야 일도 할 수 있고, 사회를 위해 역할도 할 수 있다. 몸이 허락하는 한 현장을 지키고 싶다.
―제지업에 뛰어든 계기는.
△군대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형이 하던 골판지사업장에서 일을 했다. 복학해서도, 졸업하고도 계속 일을 하게 됐다. 30대에 10년을 형 밑에서 일했는데 하다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창업을 해서 독자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반월공단 5000평 공장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반월공단에서만 약 5만 7000평 규모로 이제는 제지공장과 골판지 공장 모두 갖췄다. 전국에 1만~1만 5000평 규모의 공장 15개를 운영하고 있다.
―신대양제지 설립 후 45년 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보람있는 순간은 언제였나.
△과거 골판지업은 가정주부 등이 부업으로 일부 수작업을 해 가공해 만들었다. 이렇게 작은 규모로 시작했는데 확장돼 직원들이 어느새 1000명 정도가 됐다. 그동안 월급을 한번도 밀린적이 없다. 노사문제도 없이 잘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에 기여했다는 보람이 있다.
―안정적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욕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단기간 성과만 보고 움직이면 오래갈 수 없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처와의 약속을 지키고,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결국 회사를 오래 가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회사가 좋아서 매일 출근한다. 공장을 둘러보고 직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다. 현장에 가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기고 분위기도 바로 알 수 있다. 눈앞의 이익보다 오래 살아남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은 혼자 크는 것이 아니라 직원과 거래처, 사회가 함께 키워주는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기업인이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가장 걱정이다. 예전에는 부채를 내서라도 공장을 짓고 설비를 늘렸다. 지금은 부채비율도 낮아지고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훨씬 좋아졌지만 투자의욕이 높지 않다.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은 있는데 투자를 하지 않는 것으로 그만큼 기업 환경이 예전보다 투자하기 어렵게 변했다. 기업이 장기적인 투자를 하려면 경영의 안정성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 기업인이 투자해야 공장이 생기고, 공장이 생겨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기업가 정신을 살려주는 정책이 결국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지금까지는 무조건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정부가 산업을 육성하면 거기에 맞춰 더 투자하고 더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앞으로 이 큰 회사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이어갈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기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가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공부도 많이 하고 정보도 많다. 하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쌓은 경험은 책으로 배울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공장을 운영하다 보면 어떤 투자가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금방 감이 온다. 그런 경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현장을 많이 보라고 이야기한다. 사업의 최전방에서 고군분투 할때는 회사일을 꿈으로 꿀 정도로 몰입했다.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 하루 종일 일했다. 노력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우리 세대가 열심히 노력해 후진국에서 선진국을 만들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차세대는 이런 경험을 안해봤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간극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권혁홍 대표는...
△1941년 서울 출생 △휘문고 △성균관대 수학 학사 △대양제지공업 대표 △신대양제지 대표 △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안동권씨 대종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