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서초구에서 개관한 디에이치 방배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24.8.16 © 뉴스1 장수영 기자
오랜 잔금대출의 '감정가 관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값이 분양가보다 두 배 가까이 뛴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은행들이 처음으로 감정가 대신 분양가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감정가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차주 한 명당 대출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면서 하반기 금융권의 잔금대출 공급 여력이 줄어들자 은행들이 입주 단지별로 감정가와 분양가를 달리 적용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의 잔금대출 한도 산정 기준을 두고 은행별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A은행은 분양가의 60%와 감정가의 50% 가운데 낮은 금액을 대출 한도로 정했다. 분양가의 60%에는 이미 납부한 계약금 10%가 포함돼 있어 실제 대출 가능액은 분양가의 50% 수준이다.
반면 B·C은행은 우선 감정가를 기준으로 한도를 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가계대출 총량과 단지별 배정 한도 등을 고려해 최종 기준은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잔금대출은 입주 시점에 기존 이주비·중도금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거나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받는 대출이다. 은행들은 통상 입주 당시 아파트의 감정가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해 한도를 산정해 왔다.
문제는 디에이치방배처럼 분양가와 입주 시점 시세의 격차가 큰 단지다.
디에이치방배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최고 약 22억4000만 원이다. 현재 매물 호가는 35억 원 이상이며 최근에는 입주권이 39억3000만 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
입주 시점 감정가가 40억 원 수준으로 책정되고 LTV 50%가 적용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이론상 대출 한도는 최대 2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실제 한도는 차주의 소득과 기존 부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디에이치방배는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전 입주자모집공고가 이뤄져 현 규제지역 LTV 40%가 아니라 종전 기준인 50%를 적용받는다.
반면 분양가를 기준으로 한도를 산정하면 대출 가능액은 약 11억 원에 그친다. 감정가 기준과 비교하면 차주별 대출 한도가 수억 원 이상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A은행이 분양가의 60%와 감정가의 50% 중 낮은 금액을 적용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감정가가 분양가보다 크게 높은 만큼 사실상 분양가를 기준으로 한도를 제한한 것이다.
은행권이 감정가 적용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있다. 감정가를 기준으로 차주 1인당 대출액이 커지면 한정된 총량 안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입주민 수가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일부 차주에게만 대출이 돌아가는 사실상의 ‘선착순 대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분양가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면 기존 관행보다 한도가 축소돼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은행으로서는 어느 기준을 선택하더라도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최근 잔금대출 부족 논란이 불거진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는 디에이치방배와 상황이 다르다. 매교역 팰루시드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8억9300만 원이며 최근 입주권 거래가격은 10억5030만 원 수준이다.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은행들은 모두 감정가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입주 단지들은 분양 및 모집공고 시점에 따라 적용 규제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 전후로 LTV와 총량 관리 기준이 달라지면서 같은 시기에 입주하는 단지라도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은행들이 감정가와 분양가 가운데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의 관심은 이달 중 발표될 부동산 종합대책에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6·27 대책 이전 입주자모집공고가 난 단지의 잔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에서 전부 또는 일부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LTV와 DSR 등 차주 단위 대출 규제는 완화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특정 단지에만 과도한 대출 혜택이 돌아갈 경우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자칫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doyeop@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