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내놓은 폴리실리콘 규제는 중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의 판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최저수입 가격(MIP)과 관세 장벽을 통해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이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셈이다.
이번 조치의 희비는 명확하게 엇갈린다. '가격'을 무기로 했던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의 OCI홀딩스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약속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이 중국의 저가 공세를 막기 위해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셀·모듈까지 가격 하한선을 만들고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폴리실리콘과 파생제품에 최저수입가격제(MIP)와 관세를 적용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오는 12월 4일부터 폴리실리콘은 ㎏당 21달러(약 2만 9900원), 잉곳·웨이퍼는 ㎏당 100달러(약 14만 2300원), 태양광 셀은 W당 0.22달러, 모듈은 0.38달러의 최저가격이 적용된다. 잉곳과 해당 파생제품에는 15%의 관세도 부과된다.
최저수입가격제로 中 저가 공세 원천 봉쇄
미국이 꺼낸 카드는 사실상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지원에 가깝다. 폴리실리콘 수입 가격을 ㎏당 21달러(약 2만 9900원) 이상으로 제한함에 따라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무력화됐다. 수입 신고가격이 최저 수입 가격보다 낮으면 그 차액만큼 관세가 부과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에너지트랜드(EnergyTrend)에 따르면 지난 5일 중국산 N형 폴리실리콘 3개 등급 평균은 ㎏당 약 4.8달러,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평균 가격은 ㎏당 17.5달러(약 2만5200원)를 기록했다. 중국산 폴리실리콘 가격이 1/4 수준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가격경쟁의 기준선을 중국의 생산원가가 아니라 비중국 공급망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격 수준으로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리실리콘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이 주도했다. 하지만 중국이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현재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의 약 93%, 태양광 제조 능력의 약 8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조치로 중국산 저가 제품의 미국 시장 유입을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안에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약속한 기업엔 관세 면제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어서 비중국 공급망을 확보한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주 달튼 생산공장 전경,(한화솔루션 제공)
OCI홀딩스·한화큐셀 '수혜'…美 생산기지 확장 탄력
이번 조치는 OCI홀딩스와 한화큐셀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조지아주, OCI홀딩스는 텍사스주를 거점으로 현지에서 태양광 제품을 판매 중이다.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테라서스에서 연간 3만5000톤(t)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며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한 상태다. 미국의 최저수입가격은 ㎏당 21달러인 반면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가격은 평균 ㎏당 17.5달러 수준으로 ㎏당 3.5달러가 비싸다. 단순 계산으로 1억2250만달러(3.5달러*3.5만톤)의 매출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미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여서 공급가격이 바로 21달러 수준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OCI는 오는 2029년까지 생산능력을 7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어서 이번 조치가 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미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추진 중인 폴리실리콘 공급 협상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사실상 중국 업체가 배제돼 스페이스X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줄어들게 됐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을 중심으로 미국 내 유일의 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벨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했다. 미국 생산에 사용하는 폴리실리콘의 상당 부분은 독일, 말레이시아 등 비중국 국가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폴리실리콘 최저수입가격제로 원가가 상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태양광 모듈 최저수입가격은 와트(W)당 0.38달러로 책정됐다. 이는 시장 가격인 0.3달러보다 약 27% 높은 수준이다. 한화큐셀의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이 8.6GW인 점을 감안하면 모듈 가격이 0.05달러만 상승해도 연간 60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늘어나게 된다. 원료 가격 상승보다 미국 생산모듈 가격 인상 폭이 더 큰 상황이다.
OCI홀딩스가 공정무역을 따르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한화큐셀은 미국 정부에 독일·말레이시아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에 대한 연간 2만톤 규모 무관세 수입 허용을 각각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IM 증권은 "미국이 태양광 발전비용을 높이지 않으면서 중국을 배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산과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관세를 차별화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비중국산 수요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고 행여 소폭의 세율이 부과돼도 이를 판가에 충분히 전가할 수 있는 상황으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는 향후 미국 상무부가 마련할 세부 시행령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발표된 방안에는 국가별 예외 적용 여부, 관세 면제 범위, 미국 현지 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조치로 미국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수입 웨이퍼와 태양전지에 의존하는 태양광 사업자와 반도체 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미국에서 밀려난 중국산 폴리실리콘이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풀리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younm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