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모 씨는 최근 자주 찾던 국숫집에서 평소와 다른 콩국수를 받았다. 냉면에서도 익숙했던 채 썬 오이는 사라지고 절임무가 대신 올라왔다. 식당 주인은 “요즘 오이값이 너무 올라 부담이 커졌다”며 “아예 냉면이나 국수 가격을 올리는 가게도 있지만 가격 만큼은 올리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가 겹친 복합재해의 영향으로 채소 가격이 80% 이상 폭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사진=뉴스1).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최근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주요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3일 기준 가격 변동 폭이 가장 큰 품목은 주키니호박과 시금치, 취청오이, 애호박이었다. 주키니호박(10㎏)은 한 달 전보다 168.6%, 시금치(4㎏)는 113.6% 올랐다. 취청오이(50개)와 애호박(20개)도 각각 99.8%, 87.7% 상승하며 한 달 새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밥상 물가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히트 플레이션(폭염으로 인한 식량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 마트에 진열된 오이. (사진=뉴시스).
이 같은 가격 폭등은 고온 스트레스로 인한 작물 생육 부진과 산지 작업량 감소가 주원인이다. 폭염특보 속에서 농민들이 한낮 작업을 중단하면서 수확량이 줄었고, 지난달 집중호우로 약해진 작물의 뿌리가 고온과 가뭄을 견디지 못해 품질 저하와 조기 노화로 이어진 것이다.
가락시장에서 식자재를 공급받는 외식업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오이는 냉면과 콩국수에 빠질 수 없는 재료지만 최근 가격이 너무 올라 사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고명으로 대체하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며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메뉴 가격을 쉽게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단기적인 충격을 넘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등으로 월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농산물가격 상승률은 0.4~0.5%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온 상승 상태가 1년간 지속되면 농산물 가격은 2%, 전체 소비자물가는 0.7%까지 치솟는 구조다.
한은 관계자는 “장기화하는 폭염과 극한 기후가 농수산물 수급 차질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물가 안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먹거리 물가 불안이 커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폭염·가뭄 대처상황 점검회의에서 “극한 기후에 걸맞은 대응책을 강구하고 가용한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4일까지 전국 농업시설 관리 실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주요 과채류의 고온 피해를 줄이기 위한 차광도포제 지원과 생육관리용 약제·영양제 할인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산지 농협과 협력해 출하 물량을 관리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할인 행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