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상추 한 달 만에 152.3%, 42%↑…밥상 덮친 히트플레이션

경제

뉴스1,

2026년 8월 09일, 오전 11:20

남부지방에 극심한 폭염·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5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 일대에서 산림청 산불진화대원이 산불진화차량을 이용해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는 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부터 산불진화차량 22대를 투입해 밀양시 무안면과 초동면 일대 용수시설이 없는 밭과 말단부 논 논 약 22ha에 하루 500톤 이상의 농업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밀양에는 농업용수 가뭄 '경계' 단계가 내려져 있다. 2026.8.5 © 뉴스1 윤일지 기자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이 밥상물가를 전방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재난급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농축수산물 전반으로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고온에 따른 물가 상승)이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농축산물 생육 관리와 긴급 급수 지원, 가공식품 가격 점검 등을 통해 물가 안정에 나섰지만,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먹거리 물가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솟값 한 달 새 두 배 '껑충'…축산물도 상승 압력
폭염은 가장 먼저 신선식품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시금치 100g의 평균 소매 가격은 1978원으로 한 달 전(784원)보다 152.3% 급등했다. 같은 기간 오이(다다기계통, 10개당)는 같은 기간 5369원에서 8313원으로 54.8% 올랐고, 애호박(1개당)은 1026원에서 1504원으로 46.6%, 청상추(100g당)는 1165원에서 1651원으로 41.7% 상승했다.

이는 지난달 집중호우 이후 이어진 폭염으로 채소 생육이 부진해지고 출하량이 감소한 데다, 높은 기온으로 저장성과 상품성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시금치와 상추 등 잎채소는 고온에 취약하고 저장 기간도 짧아 산지 생산량 감소가 소매 가격 상승으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축산물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가데이터처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 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상승했지만, 농축산물은 0.5% 오르는 데 그쳤다. 농산물 가격은 2.2% 하락했지만, 축산물은은 4.4% 상승했다. 다만 정부의 공급 확대와 가격 관리 등의 영향으로 축산물 가격 상승 폭은 둔화하는 추세다.

문제는 폭염이다. 농식품부가 집계한 결과 지난 7일 기준 폭염으로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폐사 가축은 90만1602마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95%인 85만6220마리가 닭과 오리 등 가금류였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계란 등 가금류 관련 축산물 가격이 이미 오른 상황에서 폭염에 따른 추가 폐사가 이어질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젖소는 폭염이 지속하면 사료 섭취량이 줄면서 산유량이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여기에 농가의 냉방시설 가동과 급수 등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커지고 있어 원유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생산량 감소와 생산비 증가가 맞물리면서 향후 우유와 유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오후 충남 태안 안면읍 중장리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관계자들이 고온으로 폐사한 우럭 치어를 치우고 있다. 2026.8.6 © 뉴스1 김기태 기자

바다도 끓는다…고등어·갈치 급등, 양식어류 86.4만 마리 폐사
폭염이 바다까지 달구면서 수산물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수협노량진수산이 발표한 '7월 5주 차 주간 수산물 동향'에 따르면 고등어(1㎏) 평균 경락가격은 2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37% 상승했다. 갈치(1㎏) 역시 1만6700원으로 전년 대비 41.53% 뛰었다.

특히 고수온이 양식업을 직격하면서 향후 가격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전국 35개 해역 가운데 17곳에 고수온 경보가 발효될 정도로 바닷물 온도가 크게 오른 상태다. 양식장은 바닷물을 직접 끌어다 사용하는 만큼 수온 상승이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양식 광어 입하량은 7월 2주 차 1만4167㎏에서 3주 차 1만1945㎏, 5주 차에는 1만1153㎏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약 86만4497마리로 집계됐고, 고수온 경보 발효 해역도 17곳으로 늘면서 우럭·광어·강도다리·전복 등의 폐사 및 조기 출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해수부는 이번 피해 규모가 전체 사육 물량(3억6805만마리)의 0.23% 수준이고, 폐사 물량의 90% 이상이 출하 크기 미만이라 수급·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수온이 장기화할 경우 양식 생산량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 "먹거리 물가 총력 대응"…생육관리·가격안정 병행
정부는 폭염에 대비한 농축산물 수급 안정과 물가 관리에 돌입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여름철 농축산물 생육과 가격동향,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강한 일사와 고온이 지속할 경우 과수 햇볕데임과 가축 폐사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할 가능성에 대비해 생육 모니터링과 현장 기술지도를 확대했다. 미세살수장치와 차광도포제, 송풍팬 등 폭염 피해 예방시설 지원을 강화하고, 장마 이후 병해충 발생에 대비한 영양제와 약제도 할인 공급 중이다. 강우량이 부족한 지역에는 살수차와 스프링클러를 활용한 긴급 급수도 지원하고 있다.

가공식품 가격 관리에도 나섰다. 농식품부는 중동전쟁 이후 원재료와 포장재, 유류비, 환율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평균 5~11% 인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이에 따라 원재료 할당관세 확대와 원료 구매자금 지원 등을 통해 업계의 부담을 낮추고, 불가피한 가격 인상 시에도 인상 폭과 품목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각종 할인·판촉 행사 확대를 통한 소비자 부담 완화 방안도 병행·추진 중이다.

지난 7일에는 기존 국장(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이 총괄하던 재해 대책 상황실을 차관이 총괄하는 '사고수습지원본부'로 격상하고, '폭염·가뭄 특별관리기간'으로 정해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수부도 지난달 광어·우럭·전복 등 고수온 취약 양식 수산물의 조기 출하를 유도하기 위한 특별전을 열었고, 오는 23일까지는 여름철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수산물 전 품목으로 할인전을 확대하기로 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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