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모 로브로스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부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이그리스-C를 생산하면서 어떤 구조로 로봇을 만들어야 양산하기 쉬운지 비결이 많이 쌓였다”며 “앞으로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작업 능력과 생산성을 함께 고려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창모 로브로스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부대표가 휴머노이드 ‘이그리스-C’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남 부대표는 로브로스의 첫 투자를 주도한 벤처투자자 출신이다. KAIST 대학원에서 인공지능(AI)을 전공하고 의료영상 AI 기업을 공동 창업한 뒤 스틱벤처스에서 5년간 로봇·AI 기업에 투자했다.
그가 2023년 처음 만난 로브로스는 카페로봇을 만들고 있었다. 남 부대표는 기술진의 역량을 살펴본 뒤 먼저 휴머노이드 개발을 제안했다. 당시 회사는 수년 뒤 휴머노이드 완성을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 개발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남 부대표는 “로브로스에 세 차례 투자했는데 회사가 제시한 기술 마일스톤을 매번 지키거나 앞당겼다”며 “기술진이 현재 수준과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에 비해 부족했던 경영과 자본시장 대응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부대표로 직접 합류했다.
로브로스 휴머노이드 '이그리스-C'가 광운대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 오토배거 실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로브로스는 이달 초 누적 기준 이그리스-C 36대를 생산하고 18대의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물량의 약 절반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휴머노이드 실증사업 공급분이며, 나머지는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 팔았다.
대표적인 활용 사례는 물류 자동화다. 로브로스는 지난해 롯데글로벌로지스·대학들과 실증을 진행했다. 이그리스-C가 의류를 집어 자동 포장장비에 넣고, 박스나 물품을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며 실제 물류 현장 투입 가능성을 검증했다.
올해 실증에서는 자동차 제조공장과 반도체 클린룸, 물류센터 등에 로봇 9대를 투입한다. 현장마다 작업 대상과 환경은 다르지만 물건을 집어 지정된 위치로 옮기거나 박스를 컨베이어벨트에 올리는 작업이 중심이다.
남 부대표는 “산업군은 달라도 로봇이 물체를 잡아 옮기거나 설비에 넣는다는 점에서 기본 작업은 유사하다”며 “동일한 로봇 플랫폼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증 이후에는 기업의 자체 예산을 통한 반복 구매를 끌어내야 한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아직 초기인 만큼 수요기업도 로봇을 어떤 공정에 활용해야 할지 탐색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작업 성공률과 연속 가동 능력, 유지보수 편의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로브로스는 기존 고객사 일부와 후속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 초기 실증을 경험한 기업을 중심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브로스 휴머노이드 ‘이그리스-C’ (사진=신영빈 기자)
로브로스는 산업 현장에서 더 무거운 부품과 자재를 다룰 수 있는 고중량 모델을 연내 선보인다. 화려한 동작을 한 번 구현하는 것보다 일정한 하중을 지닌 채 반복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차세대 제품에는 이그리스-C 36대를 직접 생산하며 쌓은 제조 경험도 반영한다. 부품 수와 조립 공수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 부담을 낮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남 부대표는 “로봇을 보다 쉽게 조립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면 생산속도와 가격 경쟁력을 함께 개선할 수 있다”며 “산업 현장에 더 많은 로봇을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비전·언어·행동모델(VLA)은 외부 AI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한다. 로브로스가 하드웨어와 전신제어 역량을 제공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이 고수준 작업지능을 보완하는 구조다.
남 부대표는 “모든 기술을 단독으로 끌고 가기는 어렵다”며 “국내 AI 기업들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투자 유치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도 관련 파트너십 확대”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휴머노이드 판매와 매출을 늘려 국내외 시장에서 자력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