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사면 대출한도↑" 속여 통장 확보…금감원, 신종 보이스피싱 주의보

경제

뉴스1,

2026년 8월 09일, 오후 12:00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상품권으로 바꾼 뒤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해외로 빼돌리는 신종 자금세탁 수법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상품권 구매 실적을 쌓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체크카드나 통장을 넘길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처벌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상품권을 이용한 신종 자금 세탁형 보이스피싱 수법이 잇따라 확인됨에 따라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금을 계좌에서 이체하거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하는 대신 대형마트 무인 키오스크 등에서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 범죄에 사용된 계좌와 체크카드 상당수는 대출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은 저신용자 등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는 크게 계좌 확보, 피해금 편취, 자금세탁 등 3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사기범은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해 신용점수가 낮아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에게 접근한다. 이후 "카드 사용 실적이 없어 대출이 부결됐으니, 상품권을 반복 구매해 실적을 쌓으면 한도가 나온다"고 속인다.

이어 상품권 구매는 대신 해주겠다며 체크카드와 통장을 넘겨받는다. 피해자는 돈을 직접 보내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잠시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체크카드 등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양도하면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것을 알고 넘긴 경우 사기죄 공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이렇게 확보한 계좌는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받는 '대포통장'으로 활용된다. 사기범은 다른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제안한 뒤 기존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해 "기존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은 약정 위반"이라며 기존 대출금을 즉시 갚으라고 압박한다.

이때 상환 계좌로 앞서 확보한 개인 명의 계좌를 안내한다. 금융회사 명의가 아닌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내도록 유도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요구해 피해자를 주변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방식이다.

입금된 피해금은 상품권을 거쳐 빠르게 세탁된다. 수거·인출책이 무인 키오스크에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하면 이를 현금화하고 다시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해외 총책에게 송금하는 구조다.

금감원은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 과정에서 특정 물품의 구매 실적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상품권뿐 아니라 귀금속이나 외화 등 환금성이 높은 물품을 구매하면 대출 한도를 높여준다는 제안 역시 같은 유형의 사기로 봐야 한다. 정상적인 대환대출의 경우 신규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기존 금융회사에 직접 상환하며 개인 계좌로 원금을 보내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금감원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대형마트 등 상품권 발행사와 협의해 무인 키오스크의 상품권 구매 한도도 낮췄다. 기존에는 1회 최대 500만 원까지 구매할 수 있었지만 1회 및 하루 각각 100만 원으로 하향했다.

또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인공지능(AI) 플랫폼 'ASAP'을 통한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점검회의를 통해 최신 범죄 수법과 현장 대응 사례를 공유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상품권 자금세탁 수법은 피해금이 몇 분 안에 상품권으로 바뀔 수 있다"며 피해 사실을 인지한 경우 즉시 경찰이나 금융회사 콜센터에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yellow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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