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법 개정안 후폭풍…민생 특사경 도입 ‘안갯 속’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09일, 오후 07:23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신설이 형사사법체계 개편과 맞물리면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관련 법안이 아직 발의되지 않은 데다 검사의 특사경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통제·사건처리 체계를 먼저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법사금융을 직접 수사하겠다던 금융당국의 구상도 당분간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민생금융 특사경 설치를 위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발의되지 않았다. 관계부처가 마련한 구체적인 정부안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민생금융 특사경은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등 서민 대상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제한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금감원이 운영하는 특사경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에 한정돼 있어 미등록 대부업이나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고금리 대출 혐의를 포착해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민생금융 특사경 도입 필요성과 대부업법 위반에 대한 수사권 부여에는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도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민생침해대응총괄국에 ‘민생특사경추진반’을 설치하고 제도 도입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관련 법률은 법무부 소관이어서 금융위나 금감원이 독자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수 없다. 금감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특사경 도입을 요구하는 기관들이 담당 분야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법무부가 전체 특사경 제도와의 정합성을 고려해 조율하는 구조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발의된 법안이나 구체적으로 나온 정부안은 없다”며 “각 기관이 담당 분야에 관한 의견은 제시하고 있지만 소관 법률을 총괄하고 전체 기관을 조율하는 것은 법무부”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과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통제 권한을 폐지하는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한 것도 변수가 됐다.

검찰의 지휘를 전제로 설계됐던 특사경 제도를 새로운 수사·기소 분리 체계에 맞춰 다시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사경이 사건을 송치한 뒤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경우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지, 수사 과정의 적법성과 기본권 침해 여부를 누가 통제할지 등 후속 절차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민생금융 특사경의 보완수사나 통제체계와 관련해 별도의 의견 요청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민생 특사경이 출범하지 않아 직접적인 협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형소법이 국회를 막 통과했고 아직 공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반적인 형사사법체계 정비가 필요한 상태”라며 “전체 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금감원 민생 특사경만 먼저 앞질러 추진하기는 어려워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수사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남아 있다. 법정 최고금리 초과 이자 수취와 미등록 대부업 등 대부업법 위반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데에는 관계부처 간 이견이 크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특사경도 이미 대부업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반면 폭행·협박이나 반복적인 연락,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 등을 규율하는 채권추심법 위반까지 포함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불법사금융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으려면 불법 추심까지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과 금감원 수사권이 금융회사·채권추심업체로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선다.

자본시장 특사경과의 속도 차이도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 특사경은 지난 4월 인지수사권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선행매매 혐의 사건에 대한 첫 인지수사와 압수수색에 나섰다. 반면 민생금융 특사경은 조직 신설의 법적 근거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생금융범죄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검찰의 특사경 지휘권이 사라지는 만큼 권한 부여와 통제장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며 “법무부의 형사사법체계 후속 정비가 끝나야 입법 논의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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