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외국인관광객들 모습. 2026.7.28 © 뉴스1 오대일 기자
국내 체류 외국인이 꾸준히 늘면서 은행권의 새로운 핵심 고객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은행의 외국인 고객이 800만명에 육박하고 이들이 맡긴 예금도 27조원을 넘어섰다. 저출생·고령화로 내수 금융시장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외국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도 예·적금과 해외송금을 넘어 신용대출과 자산관리(PB)까지 확산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외국인 예금 잔액은 27조 45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말(18조 4777억 원) 대비 48.6%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외국인 고객 수 역시 652만 6998명에서 790만 4149명으로 21.1% 증가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외국인 고객 1인당 평균 347만 원가량의 예금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78만 3247명에 달하고, 이 중 장기 체류 외국인이 215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은행권이 외국인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한 단기 수신(예금) 확보를 넘어선 '높은 고객 충성도(Lock-in)' 때문이다. 취업, 유학, 결혼 등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초기 이용한 은행에서 급여 이체부터 체크카드 발급, 해외 송금, 대출까지 금융 생활 전반을 해결하는 경향이 강하다. 첫 금융거래를 트는 순간 주거래 은행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특히 내수 시장이 파이 나누기식 경쟁에 머무는 상황에서, 외국인 시장은 유일하게 지속적인 신규 유입이 이뤄지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은 맞춤형 상품과 편의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KB 글로벌 스타 적금'을 출시했다. 매달 1000원부터 최대 50만 원까지 넣는 12개월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기본금리 연 2.0%에 급여이체·카드결제·해외송금 실적 등 4가지 우대 조건을 채우면 최고 연 5.5%까지 금리를 부여한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근로자 편의를 위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전국 17곳의 일요영업점을 운영하며 시장 점유율을 견인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자산관리 수요가 높은 외국인 고객들을 위한 자산관리 전담채널인 '제주글로벌PB영업점'을 개점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은 주요 산업단지 인근 지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 특화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그간 외국인 대출은 본국 귀국 시 채권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리스크 탓에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던 영역이었다. 그러나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라인업도 속속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하나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이 외국인 신용대출을 선보였으며, 신한은행은 최근 대출 한도를 기존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늘렸다. KB국민은행 역시 올해 6월 최대 2000만 원 한도의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고객 유치는 파이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은행간 경쟁으로 빼먹기를 반복하는 시장인데, 외국인 고객은 신규 유입 활로가 될 수 있는 시장이라 앞으로 지속 경쟁을 해야하는 영역이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