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재활용 소재 사용 의무가 구체화됐다. EU 규정에 따르면 2032년 9월부터 형식승인을 받는 신차에는 중량 기준 최소 15%의 소비 후 재활용 플라스틱이 포함돼야 하며, 2036년부터는 이 비율이 25%로 높아진다. 이 가운데 일정 비율은 폐차 차량이나 사용 후 부품에서 회수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향후 기술적·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거쳐 철강·알루미늄·마그네슘·핵심원자재 등으로 재활용 소재 관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전기차에는 배터리 관리가 핵심 부담으로 떠오른다. EU는 2032년 이후 형식승인을 받는 차량에 대해 폐기·사용 단계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팩, 구동모터를 비교적 쉽게 분리·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하도록 요구한다. 2029년부터는 제조사가 배터리와 주요 부품의 안전한 제거·교체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폐차 처리업체와 정비업체 등에 제공해야 한다. 자동차를 처음부터 ‘재활용하기 쉬운 제품’으로 설계해야 하는 셈이다.
미국도 주 단위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뉴저지는 2024년 미국 최초로 전기·하이브리드차 구동 배터리에 대한 생산자책임제를 도입했으며, 뉴욕에서도 전기·하이브리드차 배터리의 수거·재활용을 제조사가 책임지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뉴욕 법안은 생산자가 배터리 회수·재활용 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전체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자동차 시장에서 배터리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관리 책임을 제조사에 묻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같은 규제 변화는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의 유럽 사업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하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재활용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배터리와 차량을 회수한 뒤 재사용·재제조·재활용하는 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활용 소재의 원산지와 사용 비중 등을 입증하기 위한 데이터 관리까지 요구되면서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배터리·부품 협력사까지 공급망 관리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비용 부담도 변수다.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재활용 원료 확보, 폐차 차량 회수, 배터리 운송·분해·재활용, 관련 데이터 관리 등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유럽 내 배터리 재활용 산업 역시 아직 충분한 규모를 갖추지 못해 비용 상승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기아 역시 폐배터리의 회수·재사용·재활용 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폐차 이후 배터리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차량 생산 단계부터 어떤 소재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추적하고, 사용 후 배터리가 어디로 이동해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되는지까지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 4대 회계·컨설팅 기업 PwC는 자동차산업의 순환경제 전환과 관련해 “기술적·경제적 제약으로 고품질 재활용 소재 공급이 제한될 수 있고, 규제로 인해 재활용 소재 가격이 기존 원자재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완성차업체가 안정적인 재활용 물량과 가격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공급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