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비 1500만원 날릴 판"…돌연 문 닫은 여행사에 학부모들 '패닉'

경제

뉴스1,

2026년 8월 10일, 오후 04:07

5일 인천국제공항 1여객터미널에서 여름 성수기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6.8.5 © 뉴스1 구윤성 기자

아빠, 우리 못 가?. 딸의 한마디에 A씨는 말문이 막혔다. 지난해 청소년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뒤 올해도 같은 여행사에 신청했지만, 돌아온 건 날벼락 같은 영업중단 소식이었다.

B씨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영국 여행을 잘 다녀와서 이번에 또 신청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C씨 역시 "지난해 청소년 과학기행을 다녀와서 내년 영국 리더 과정을 신청했다가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자녀와 함께 떠나는 가족 단위 교육여행을 신청했던 학부모들이다. 또 다른 피해자 Dt씨는 "가족 유럽여행 경비로 1500만 원을 결제했고 여행 일정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업체 측이 수사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영업중단을 공지한 뒤 환불을 거부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청소년 교육여행 전문업체 안데르센 여행이 지난 4일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 돌연 영업중단을 선언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자체 개설한 단체대화방에는 현재 1060여명이 모였다. 재무제표상 단기대여금 51억 원의 행방이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데르센 여행이 대부분 1~3년 뒤 출발하는 선지급 방식으로 운영된 만큼 아직 피해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 징후 있었지만…막지 못한 피해
한국소비자원은 상반기부터 안데르센 관련 피해를 다발적으로 접수하고 관할 지자체인 서대문구에 통보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안데르센 측으로부터 7월 말까지 피해를 해결하겠다는 답변도 받았다.

다만 안데르센 여행 측은 이번 압수수색을 부당한 기업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데르센 여행은 입장문을 통해 과거 세무조사와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을 언급하며 직원과 인솔자 일부의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표적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영업중단은 폐업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기존 예약자들의 여행을 2년 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M 관련 조치가 진행되던 와중에 경찰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피해구제 절차를 통한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자리했던 투어2000 사무실. 2023.2.16 © 뉴스1

보험은 있지만…폐업 신고해야 청구 가능
서울시관광협회에 확인한 결과 안데르센 여행은 영업보증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피보험자는 서울시관광협회이며 보험 가입금액은 3억 원이다.

다만, 서울시관광협회 관계자는 "보험 청구를 위해서는 폐업 신고가 이뤄져야만 구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안데르센 여행이 영업중단 상태이지만 폐업 신고는 하지 않은 만큼 피해자들이 당장 보험금을 청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재무제표상 단기대여금 규모가 51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3억원의 보증 한도로는 전체 피해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끊이지 않는 피해…제도 허점 여전
안데르센 사태가 처음도 아니다. 2023년 투어2000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피해자 1000명, 피해액 10억 원이 발생했다. 같은 해 대전의 한 중소 여행사가 파산하면서 피해자 1280명, 피해액 25억 원이 발생했지만 공제 변제 한도는 2억 5000만 원에 불과했다.

2024년 티메프 사태에서는 여행·숙박상품 피해자 3000여 명이 77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고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피해 양상은 다르지만, 여행상품을 미리 결제한 소비자가 업체의 영업중단이나, 폐업 위험에 노출되고, 피해가 발생한 뒤에도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는 반복되고 있다.

안데르센 여행은 2010년 설립 이후 16년간 운영해왔지만, 공식 홈페이지 없이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운영됐다. 멤버십 비용 100만 원을 선결제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도 운영하면서 여행 출발 전부터 비용을 지불한 소비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여행업 등록 여부와 영업보증보험 가입 사항을 직접 꼼꼼히 확인하고, 여행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카드 할부로 결제한 피해자는 카드사에 항변권을 신청해 남은 할부금 청구를 막는 방법도 있다. 법률구조공단을 통한 내용증명 발송 후 소액심판이나 지급명령 절차를 밟는 방법도 있다. 피해자 단체대화방에서는 현재 공동 형사소송을 위한 1차 참여자 100명을 모집 중이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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