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의 포트폴리오 매각 과정에서 대기업을 비롯한 SI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펌 언스트앤영(EY)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PEF 엑시트는 기업 등 전략적 매수자를 상대로 한 트레이드 세일(trade sale·기업 등 전략적 매수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 주도했다. 전체 엑시트 금액도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했다.
SI를 통한 엑시트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게 확대되고 있다. EY가 6월 공개한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이 전략적 매수자에게 매각한 포트폴리오 자산 총액은 5000억달러(약 708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직전년도 대비 거래금액 기준 약 70%, 거래 건수 기준 24% 증가한 수준이다. EY는 이를 두고 2023~2024년 주춤했던 전략적 투자자 대상 매각이 기업들의 누적된 인수 수요와 투자심리 회복에 힘입어 다시 활기를 띠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SI에 알짜배기 포트폴리오를 속속 매각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올해 들어서만 5건의 전략적 엑시트를 성사시킨 퍼미라다. 퍼미라는 이달 금융사기 탐지기업 바이오캐치를 글로벌 결제기업 비자에 24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23년 퍼미라가 처음 투자한 뒤 2024년 13억달러의 기업가치로 지분을 확보한 지 약 2년 만이다. 투자기간 바이오캐치의 매출은 약 3배, 매출총이익은 3배 이상 늘었다.
퍼미라는 이 밖에도 지난 5월 호주 최대 진단영상업체 '아이메드 래디올로지 네트워크'를 홍콩 대기업 자딘매더슨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퍼미라는 지난 2018년 아이메드를 인수한 뒤 사업 지역과 진료망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영상진단 기술에 투자해왔다. 자딘매더슨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헬스케어 진단 분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칼라일도 퍼미라 못지 않게 SI를 상대로 연이은 회수에 나선 곳이다. 회사는 1월 체코 전자현미경·분석장비업체 테스칸을 일본 정밀기기기업 시마즈제작소에 매각했다. 칼라일이 2022년 테스칸을 인수한 지 약 3년 만으로, 테스칸의 기업가치는 8억5000만달러(약 1조2042억원)로 평가됐다. 시마즈제작소는 테스칸의 전자현미경 기술을 기존 분석·측정장비 사업에 결합할 계획이다.
칼라일은 지난 3월 콜롬비아 석유업체 시에라콜에너지를 필리핀 인프라기업 프라임인프라스트럭처캐피털에 매각하는 거래를 체결하기도 했다. 시에라콜은 하루 약 7만7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콜롬비아 전체 산유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업체다. 칼라일은 2020년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의 콜롬비아 석유·가스 자산을 인수해 시에라콜을 출범시킨 뒤 약 10억달러를 투자해 생산 안정화와 배출량 감축 등을 추진해왔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세컨더리 바이아웃 시장이 살아나는 것과 별개로 SI가 지불할 수 있는 전략적 프리미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모펀드운용사는 목표수익률을 맞춰야 하는 만큼 인수 가격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지만, SI는 기술과 고객, 시장 지위 등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업적 가치까지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사모펀드운용사는 붙이기 어려운 프리미엄을 기업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까지 감안해 얹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업계에선 투자 단계부터 향후 어떤 전략적 매수자가 해당 자산을 필요로 할지를 따져보는 작업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사모펀드운용사 한 관계자는 "투자 초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엑시트 단계에서 어떤 SI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자산인지를 보는 것도 중요해졌다"며 "SI는 사업적 시너지가 분명한 자산에 전략적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 있어 투자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자산도 예상보다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