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채무가 있는 이들을 복지서비스와 연계하고 있지만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연계는 비교적 최근 이뤄지기 시작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고립·위기가구 및 간병부담 자살예방대책’ 보고를 받고 “갚을 수 없는 부채는 청산해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과도하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의 책임도 있다. 채권자에게도 채무자에게도 사회에도 갚을 수 없는 채무를 정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적 어려움은 자살 위험과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2024년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심리부검 대상이 된 자살 사망자의 61.7%가 사망 당시 부채를 안고 있었다. 2023년 보고서에 집계된 52.3%보다 9.4%포인트 높은 수치다.
정부는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대상으로 복지 서비스를 연결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람을 지방자치단체에 연결하면 전국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상담한 뒤 긴급복지·기초생활보장·주거·의료지원 등을 연결하는 식이다. 올해 상반기 지방정부 의뢰 건수는 서금원과 신복위가 각각 약 2만건, 1만 7000건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앞으로 복지서비스 의뢰 채널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특히 제도권 금융보다 추심 압박이 큰 불법사금융 이용자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사금융 피해구제센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방정부에 의뢰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오는 10월부터는 금융감독원도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임시로 활용해 대상자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래픽= 김다은 기자)
의뢰 채널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지원 대상을 정교하게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체나 고금리 부채, 과도한 상환 부담으로 실제 경제적 위기에 놓인 고위험군을 세밀하게 발굴해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과거 연구에서도 사채나 카드빚처럼 상환 압박이 큰 부채가 자살 생각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지원을 효과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은정 서울시 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상담을 하다 보면 법원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재무 상태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정신적으로 무너진 분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에게는 빚을 갚는 일보다 심리상담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한 자살예방 시스템은 그동안 미비했다. 정부는 2023년 발표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서 서민금융기관과 자살예방센터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사업은 3년이 지난 올해 2월에야 시작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자살예방센터 인력을 대상으로 금융위기자 대상 특화사례관리 교육을 조기 실시할 것”이라며 “적극적 연계를 위해 유관 기관과 계속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10일 오전 서울 마포 대교에 설치된 '한 번만 더' 동상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날 복지부는 채무자 지원 외에도 자살 예방을 위한 총체적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중증질환자나 중증장애인을 오랫동안 돌보다가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올해 하반기 고위험 가구를 집중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발굴된 고위험 가구에게는 72시간 긴급돌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상담을 연계한다.
근본적으로는 돌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서비스를 늘린다. 복지부는 집에서 돌봄받는 노인이 받을 수 있는 방문재활, 영양지도, 병원동행 등 여러 가지 장기요양서비스를 검토해 현행 30종에서 60종까지 늘릴 예정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족을 위해서는 통합돌봄 지원과 긴급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치매나 발달장애처럼 돌보기 어려운 가족을 처음 맡은 이들에게는 단계별 돌봄 정보와 교육·상담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립을 줄이기 위한 지원은 연령과 가구 특성에 따라 나눠 제공할 계획이다. 고립·은둔청년, 고독사 비중이 높은 50~60대 남성, 노인 등 나눠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구 형태에 따른 고립 문제에도 대응한다. 자살 위험이 있는 한부모가족은 가족센터와 한부모시설을 통해 긴급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다문화가족에는 자녀 교육과 언어·법률 상담 등을 지원한다.
정 장관은 “정부는 보다 두터운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 사회적 고립과 돌봄 부담이 자살로 연결되는 고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국민 중 단 한 분도 소외되지 않고 복지 서비스로 신속히 연계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