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배만 불리는 USDC…발행→결제·정산기업 변신하는 서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후 02:42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전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중 하나인 미국 서클(Circle)이 발행사 역할에서 디지털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결제 및 정산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봐야 유통사인 가상자산 거래소 배만 불리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인 디지털 결제와 정산 인프라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거래소 배만 불리는 USDC…발행→결제·정산기업 변신하는 서클
11일(현지시간)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2분기 매출액 7억1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 증가한 실적을 공개했던 서클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단순 실적 발표를 넘어 이 같은 사업 구조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이번 2분기 실적을 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실질적으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2분기 중 USDC 준비금 운용수익은 6억6800만달러였다. USDC 유통량은 733억달러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고, 2분기 온체인 거래 규모는 14조8000억달러로 151% 급증했지만, 유통 파트너 수수료와 거래 비용 등은 4억1200만달러에 달했다.

현재 서클의 USDC 준비금이 창출하는 연간 수익은 유통액 1달러당 약 3.65센트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약 2.25센트는 유통 파트너에게 지급된다. 이번 분기에만 4억1200만달러가 파트너 수수료로 지급됐다. 기존 계약에 따라 코인베이스는 자사 플랫폼에 예치된 USDC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100% 가져가며, 그 외 준비금 수익도 절반을 배분받는다.

결국 서클이 실제로 남기는 순이익은 유통액 1달러당 약 0.25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즉 서클은 스테이블코인을 운영하지만, 이자수익 상당 부분은 코인베이스가 가져가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클은 수익성이 좋은 디지털자산 결제 및 정산 사업으로 전환을 노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클은 최근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전국 단위 신탁은행(National Trust Bank) 인가를 최종 획득했다. 지난해 12월 조건부 승인이 정식 인가로 전환되면서, 지니어스법 체제 아래 미국 최초의 연방 인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 같은 국가 신탁은행 인가는 준비금 관리와 규제 측면에서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툴이 된다. 다만 이는 향후 리플(Ripple), 팍소스(Paxos), 비트고(BitGo) 등 다른 사업자들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또한 USDC 고객을 직접 확보하는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서클이 내놓는 것이 자체 결제 블록체인인 ‘아크(Arc)’다. 서클은 아크의 메인넷 출시 일정을 다음달 16일로 확정했다. 미국 예탁결제기관인 DTCC를 비롯해 블랙록과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스탠다드차타드, 머니그램, 갤럭시디지털 등이 아크의 초기 검증인(Validator)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USDC는 분기 동안 14조8000억달러 규모의 온체인 거래를 처리했지만, 서클이 자체적으로 수익화하는 ‘서클 페이먼트 네트워크(Circle Payments Network)’의 연간 처리 규모는 약 147억달러로 전체 거래의 약 0.02% 수준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아크를 단순한 신규 블록체인이 아니라 서클의 새로운 유통 전략으로 보고 있다. 초기 검증인 명단 자체가 잠재 고객 명단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아크 메인넷이 출시되면서 블랙록은 토큰화 국채펀드(BUIDL)를 아크에서 운용할 계획이며, BNY와 스탠다드차타드는 USDC 직접 발행 및 상환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밖에도 향후 토큰화 자산 결제, USDC 기반 가스비 지급, 프로토콜 차원의 외환(FX) 기능 등을 통해 전통 금융 인프라를 아크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를 감안해 서클은 올해 연간 ‘기타 매출(Other Revenue)’ 전망치를 기존보다 두 배 가까운 3억1000만~3억3000만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유통비용 차감 후 준비금 수익률 목표도 41.7~43.7%로 높였다. 장기적으로는 USDC 유통량이 연평균 40% 성장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도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통해 서클이 하나의 그림을 완성했다고 평가한다. 연방 인가 은행이 준비금을 보관하고, 자체 블록체인 아크가 결제를 처리하며, 결제 네트워크가 실제 자금 이동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는 기존 은행의 지급결제(Correspondent Banking) 시스템과 유사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현된 형태다.

서클은 지난 8년 동안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체가 핵심 사업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한 결제·청산(Clearing) 인프라가 장기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시장에 분명히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제러미 알레어 서클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 실물자산(RWA), 그리고 글로벌 자본 이동을 위한 인터넷 금융시스템의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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