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법제화 늦어지는 사이 달러코인 7배 늘어…사업자 불확실성↑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후 03:07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한국과 미국에서 디지털자산 제도 정비가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업자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사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거래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이후에도 시행규칙 마련이 늦어지면서 사업자들의 준비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 법률 제정 단계에 머문 한국과 시행규칙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는 미국 모두 제도가 멈춰선 사이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 보고서 '미국은 준비 시간이 줄고, 한국은 시장이 법보다 먼저 움직인다' 캡처 (사진=비트플래닛)
비트플래닛 리서치랩 보고서 '미국은 준비 시간이 줄고, 한국은 시장이 법보다 먼저 움직인다' 캡처 (사진=비트플래닛)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이 12일 발간한 보고서 ‘미국은 준비 시간이 줄고, 한국은 시장이 법보다 먼저 움직인다’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각각 법률과 시행규칙 단계에서 디지털자산 제도 정비가 지연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부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는 지난해 6월 11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를 시작으로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10건이 계류돼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8월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지만, 여러 법안을 하나로 묶는 병합 심사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8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본격적인 법안 심사 역시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입법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시장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존재감이 커졌다. 비트플래닛이 한국은행의 국회 제출 자료를 기반으로 자체 추산한 결과,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스테이블코인 보유금액은 2024년 7월 말 885억원에서 올해 2월 말 6071억원으로 6.9배 증가했다. 다만 2025년 12월 말 872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해 최신 수치는 고점 대비 30.4% 낮다. 전체 규모로 보면 스테이블코인 보유금액은 국내 가상자산 보유금액 60조6000억원의 약 1% 수준이다.

전체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된 것과 비교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가상자산 보유금액은 지난해 1월 말 121조8000억원에서 올해 2월 말 60조6000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원화 예치금도 2024년 12월 말 10조7000억원에서 지난 2월 말 7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거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카이코 데이터 기준 국내 4대 거래소 거래대금에서 테더(USDT)와 USDC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뚜렷하게 높아졌다. 올해 1~5월 누적 거래대금은 약 538억달러에 달했다.

다만 이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이용 증가를 제도 지연의 결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보유금액 증가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달러 기반 자산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거래 비중 확대 역시 환율 상승과 해외 파생상품 투자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이 법률 제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미국은 법을 만든 뒤 시행규칙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18일 제정된 지니어스법은 제정 후 1년 이내 시행규칙을 마련하도록 규정했지만, 아직 미국 규제기관이 확정한 시행규칙은 한 건도 없다. 한 법률사무소 집계에 따르면 올해 7월 17일 기준 제안 단계의 규칙은 11건이지만 확정된 최종 규칙은 0건이다.

문제는 시행규칙을 기다리는 사이 법 적용을 받게 될 사업자들의 경영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플래닛은 대표적인 사례로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USDC)의 2분기 실적을 제시했다. 서클이 지난 5일 공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분기 말 USDC 유통량은 73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온체인 거래량도 14조8000억달러로 151% 늘었다.

유통량과 거래량이 빠르게 늘어난 것과 달리 수익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매출과 준비금 이자를 합한 총수익은 7억100만달러로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준비금 이자는 6억6800만달러로 5% 늘었다. 평균 USDC 유통량이 765억달러로 25% 증가했지만 준비금 수익률이 66bp 하락하면서 유통량 증가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셈이다.

보고서는 준비금 이자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준비금 이자는 여전히 총수익의 95.3%를 차지하며, 준비금 이자를 평균 유통량으로 나눠 연율로 환산한 수익률은 약 3.5% 수준이다.

비트플래닛이 주목한 것은 규칙 마련이 지연되는 동안 사업자가 마주한 조건 자체가 계속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분기 말 USDC 유통량은 1분기 말 770억달러에서 2분기 말 733억달러로 4.8% 감소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7월 29일 정책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한 만큼, 향후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면 낮아진 준비금 수익률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비트플래닛은 “비용은 지연 자체가 아니라 사업자가 의사결정의 기준점을 갖지 못한 채 보내는 기간이 길어지는 데서 나온다”며 “미국에서는 그 기간이 시행일까지의 준비 시간을 깎고, 한국에서는 국내 결제 인프라 논의의 출발선을 밖에 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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