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제너럴모터스(GM) CI(삼성SDI 제공)
국내 배터리 업체와 미국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 확대를 전제로 세운 합작법인(JV) 체제가 잇달아 재편되고 있다. 북미 전기차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자 완성차 업체는 투자 부담을 덜어내는 반면, 배터리 업체는 공장을 단독으로 확보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활용처를 넓히는 구도다.
GM·포드·스텔란티스 투자 속도 조절…K배터리 JV 잇단 재편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006400)는 전날(11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시너지셀즈에 대한 합작투자 계약을 종료하고, GM이 보유한 지분 49.99%를 인수하기로 했다.
시너지셀즈는 양사가 2024년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총 35억 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배터리 생산법인이다. 당초 연산 27GWh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했으며 향후 36GWh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공장은 현재 건설 중으로 양산 라인 투자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투입된 금액도 수천억 원 수준으로, 약 5조 원인 전체 투자계획에 비하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JV 재편 배경에는 북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BEV+PHEV) 인도량은 990만6000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으나 북미는 68만1000대로 20.5% 줄었다.
미국 완성차와 국내 배터리 업체의 JV 재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스텔란티스가 보유했던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지분 49%를 100달러에 인수해 단독법인으로 전환했다. SK온도 포드와 블루오벌SK 구조를 재편해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하고 있다.
GM·포드·스텔란티스 등이 전동화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에서 구축했던 완성차 업체와의 JV 구조가 잇달아 바뀌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 컨테이너 제품(LG에너지솔루션) © 뉴스1 최동현 기자
배터리 업체들은 확보한 생산시설을 ESS 사업 확대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력망 안정화 수요로 미국 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전기차용 설비를 ESS에 돌려 가동률과 투자 효율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시너지셀즈를 단독법인으로 전환한 뒤 EV뿐만 아니라 ESS 수요에 맞춰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삼성SDI의 북미 ESS 생산능력이 2027년 말 50GWh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북미 ESS 생산거점을 늘려 연말까지 5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온은 하반기 ESS 수주 확대로 전기차 중심 사업구조를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ESS를 비롯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은 2분기 배터리 3사의 실적 반등에도 힘을 보탰다. 올해 2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1133억 원, 삼성SDI는 2038억 원, SK온은 821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배터리 3사가 모두 흑자를 낸 것은 7분기 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EV 생산능력을 ESS로 전환하며 ESS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배 증가했고, 삼성SDI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백업유닛(BBU) 등 고출력 제품 수요 증가 효과를 봤다.
변수는 ESS 시장의 경쟁 심화다. LS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미 ESS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은 70~75%에 달한다. GM과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도 ESS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어 EV에서 고객이었던 완성차 업체가 ESS에서는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생산시설을 단독 운영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더라도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안정적인 전기차 배터리 수요처를 확보하고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려면 완성차 업체와의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SDI와 GM은 합작투자 계약 종료와 동시에 차세대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공동 선행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배터리는 향후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ESS 수요 확대에 맞춰 생산시설을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합작 구조가 재편되더라도 전기차 시장에서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