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인수 시험대 올랐다…‘방산 독점’ 우려 해소 관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후 03:55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한국항공우주(KAI) 인수가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예비고사격인 시험대에 올랐다. 올 5월에 경영참여 선언 이후 3개월여 동안 KAI 지분을 빠른 속도로 사들이며 15%선을 넘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급속도로 팽창하는 우주산업 시장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한화를 중심으로 국내 방산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경쟁사 기회 제한 등 독점적 지위에 대한 우려가 상당해 이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8일부터 한달여 간 KAI의 지분 3.45%를 장내 추가 매입했다. 이를 통해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KAI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총 15.89%가 됐다. 당초 계획은 연말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이를 5개월여 앞당겼다. 이로써 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KAI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상장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게 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심사에서 공정위는 한화와 KAI 결합과 관련 방산업계에 미치는 공정·적합성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 이번 결과로 한화의 추가 지분 매입 방향성이나 정부의 KAI 민영화에 대한 추진 의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는 KAI 사업 협력을 통해 우주·항공·방산 분야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구축에 적극나설 계획이다. 한화는 항공엔진, 유도무기, 레이더, 위성, 지상·해양방산 등에서의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KAI는 전투기, 헬기, 무인기 등 체계종합 역량을 갖추고 있다. 만약 양사가 결합해 수직계열화가 완성될 경우 기체 단독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엔진·항전·무장·MRO를 통합한 ‘패키지형 수출’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방산 독점에 따른 시장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KAI 노조도 양측 간 이해상충 문제와 업권 내 경쟁 제한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한화의 KAI 경영참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컨대 이미 한화 계열사들이 KAI에 항공기 엔진이나 전자장비 등 주요 제품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경쟁 부품업체들의 사업 기회가 줄어들고, 한화 계열사를 중심으로 시장을 독식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글로벌 방산시장에서는 대형·통합화가 보편적인 추세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미국의 항공·방산 산업은 1980년부터 2015년 사이 약 85개 기업에서 보잉·록히드 마틴·노스롭 그루먼·레이시온·제너럴 다이나믹스의 단 5개 메이저 플레이어로 압축됐다. 유럽에서는 에어버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 독일 DASA, 스페인 CASA가 국경을 넘어 통합했으며, 지난해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 3사는 우주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 위성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 분야 해외 경쟁사들도 국내 경쟁이란 개념을 버리고 글로벌 생존을 위해 덩치를 키우는 상황”이라며 “이번 기업결합심사 결정 이후 한화의 KAI 인수 전략과 방향을 어떻게 구체화할지를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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