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공동개입에도 다시 160엔 눈앞…IB “엔저 지속된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후 05:24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미국과 일본의 이례적인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공동개입 직후 달러당 155엔대까지 반등했던 엔화 가치는 불과 열흘여 만에 다시 159엔대로 밀리며 160엔선을 눈앞에 뒀다.

시장에서는 미·일 금리차뿐 아니라 에너지 수입 부담과 해외투자 확대, 일본의 재정 리스크 등 구조적 요인이 엔저를 떠받치고 있어 당분간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미국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안정 등이 맞물릴 경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공동개입 효과 반토막…골드만 “1년 뒤 165엔”

12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이날 장중 159.46엔까지 올랐다. 지난달 말 164엔에 육박했던 달러·엔 환율은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 이후 이달 초 장중 155엔대까지 급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하며 개입에 따른 하락 폭의 상당 부분을 되돌렸다.

미·일 양국은 지난달 30~31일 공동 시장 개입에 나섰다. 일본 외환당국은 이틀간 13조 7800억엔 규모의 엔화 매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도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엔화를 사들이면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과 엔화 방어를 위한 공동개입을 단행했다.

하지만 개입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한 데다 일본의 재정 건전성 우려까지 겹치면서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국채 발행 증가와 재정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엔화 가치를 누르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만으로 엔저를 막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는 BOJ가 9월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추가 인상이 오히려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막바지라는 인식을 키울 경우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일 양국의 엔화 약세 방어 의지를 감안하면 추가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면서도 “시장 개입만으로 엔화 약세를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유가 안정 등에 따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 해소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당장 엔저 흐름이 크게 바뀌기는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공동개입에도 달러·엔 환율이 3개월 뒤 162엔, 6개월 뒤 163엔, 12개월 뒤에는 165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개입이 환율의 단기적인 움직임은 바꿀 수 있지만 일본과 미국의 펀더멘털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엔화 약세라는 방향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ING도 공동개입만으로 엔저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ING는 미·일 공동개입을 달러·엔 환율의 160엔 상향 돌파를 억제하는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개입만으로 환율이 155엔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거래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엔고 반전 변수는 ‘미국·유가·일본 정책’

다만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안정, 일본의 정책 변화가 엔저 흐름을 뒤집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우선 미국 경기와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둔화해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하거나 금리 인하 전망이 다시 부상하면 미·일 금리차 축소를 통해 엔화가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미국의 7월 고용이 예상 밖으로 감소하자 달러·엔 환율은 장중 156엔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는 것도 중요하다. 유가 하락은 일본의 에너지 수입 부담과 무역수지 악화 우려를 동시에 낮춰 엔화 매도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일본 내부의 정책 변화도 변수다. 외환시장 개입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부의 재정정책이 엔화 강세라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공적연금(GPIF)이나 가계의 해외투자 자금 일부가 일본으로 돌아온다면 엔화 강세 전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선진경제부장은 “엔저 지속 기대가 우세하지만 달러화 펀더멘털 약화 등에 따른 엔화 강세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며 “다만 일본의 외환수급 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달러·엔 환율 하락은 완만한 수준에 그칠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시화는 구조적 엔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