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에도 웃지 못하는 LCC…日 여객 20% 늘어도 수익성 뒷걸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후 03:23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엔화 가치가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지는 ‘슈퍼 엔저’ 국면에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일본행 여행 수요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지만 정작 항공사들의 실적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데다 일본 노선을 둘러싼 경쟁까지 심화하면서 엔저에 따른 수요 증가 효과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국내 LCC와 대형항공사 여객기. (사진=연힙뉴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국내 LCC와 대형항공사 여객기. (사진=연힙뉴스)
13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과 일본을 오간 항공 여객은 1864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52만여명보다 2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운항 편수도 8만5565편에서 10만1919편으로 19.1% 늘었다. 엔저에 따른 일본 여행 수요 확대가 실제 항공 운송 실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노선 역시 같은 기간 여객이 22.2% 늘어나는 등 일본과 중국을 향한 수요 확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여객 증가가 항공사의 수익 증가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LCC들은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엔저로 인한 여객 증가 효과를 강달러 부담이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일본 여행객이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항공사의 비용 구조에서는 달러 강세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적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확인된다.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매출 4417억원으로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3154억원과 비교하면 40.0%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450억원보다 오히려 74억원 확대됐다. 인천~고베 노선 신규 취항 등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면서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이를 상쇄했다.

제주항공의 상반기 누적 매출은 9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19억원으로 간신히 흑자 전환하는 데 그쳤다. 여객 수요와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진에어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진에어의 2분기 매출은 3603억원으로 전년 동기 3061억원보다 17.7%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손실은 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423억원보다 72.9% 확대됐다. 순손실도 675억원으로 전년보다 3배 넘게 불어났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7833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손익은 155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 노선을 둘러싼 항공사 간 공급 경쟁도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힌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 주요 노선은 물론 지방 소도시 노선까지 LCC들의 취항이 잇따르면서 수요가 늘어난 만큼 운임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경쟁사와의 운임 경쟁을 고려해야 해 여객 증가가 곧바로 수익성 확대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부담도 변수다. 유가 상승은 항공유 가격을 끌어올려 항공사의 비용 부담을 직접적으로 높인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LCC들의 비용 압박은 한층 커지고 있다. 엔저라는 수요 측면의 호재와 고유가·강달러라는 비용 측면의 악재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 등 다른 주요 노선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LCC들의 노선 포트폴리오가 일본과 중국에 쏠리는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중국 지방 노선으로 기재를 분산 배치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일본·중국 노선에 대한 공급 확대 역시 항공사 간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비용 구조 개선 없이는 수익성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엔저라는 대외 호재를 항공사 실적 개선으로 온전히 연결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노선 전략과 새로운 수요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수요가 많은 일본 노선에 공급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운임 경쟁과 비용 상승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LCC 실적의 핵심 변수는 일본 여행 수요의 지속 여부와 함께 고유가·강달러·출혈 경쟁이라는 ‘삼중고’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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