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신한은행 셀장 "디지털자산 상용화 핵심, 기존 금융 인프라와 연결"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후 03:50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금융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아니라 블록체인을 실제 금융 업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디지털자산이 금융권 안으로 들어올수록 규제·회계·자금세탁방지(AML)·보안 등 기존 시스템과의 연결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자산셀장은 13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주관 ‘블록체인 수요-공급 협의체’ 정례 세미나에서 금융권의 디지털자산 기술 수요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셀장은 현재 금융시장이 현금과 예금, 전자화폐뿐 아니라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토큰화 예금, 스테이블코인 등이 공존하는 ‘멀티 머니버스(Multi-Moneyverse)’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자산셀장. (사진=이데일리DB)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자산셀장. (사진=이데일리DB)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자산과 결제·정산 등 두 개의 레이어로 구분했다. 자산 레이어에는 토큰화 채권·펀드·실물연계자산(RWA)과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이, 결제·정산 레이어에는 CBDC와 토큰화 예금, 스테이블코인 등이 포함된다. 은행의 역할은 결제·정산 영역에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셀장은 “은행은 먼저 정산 레이어를 관리하고 정책이나 방향에 따라 자산 레이어까지 확장하는 단계로 갈 수 있다”며 “금융권 밖에 있던 디지털자산이 금융권 안으로 결합되면서 운영과 연계 관점에서 새로운 기술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는 ‘기존 금융 인프라와의 연결’을 꼽았다. 김 셀장은 “최근 일본 주요 은행과 증권사를 방문했을 때도 현지 금융회사들의 고민은 토큰 발행 자체보다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에 집중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토큰증권 발행이 상당한 규모로 이뤄지고 민간 스테이블코인도 등장했지만 유동성 확보와 후선 업무 자동화, 자산과 대금을 동시에 결제하는 DvP(Delivery versus Payment)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며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을 만드는 것보다 금융회사가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수요로는 기관용 커스터디를 제시했다. 단순히 콜드월렛에 자산을 보관하는 것을 넘어 접근 권한과 업무 절차, 장부, 감사, 복구까지 포괄하는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콜드월렛이 보관 기술이라면 커스터디는 보관을 포함한 금융 업무”라며 “기관 시장에서는 안전한 보관뿐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금융·세무 시스템과의 연계도 상용화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았다. 예컨대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C로 결제할 경우 고객에게는 QR 결제 한 번으로 거래가 끝나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정산과 거래 확인, 부가가치세 처리, 세금 환급, 필요시 외환 업무까지 연결돼야 한다.

김 셀장은 “블록체인 거래가 성공하는 순간이 상용화가 아니라 기존 금융 업무와 연결돼 끝까지 완결되는 순간이 진정한 상용화”라며 “결제만 구현했다고 해서 금융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상용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금융거래 주체가 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향후 법·제도적으로 AI 에이전트의 지위가 정립되면 개인과 법인에 이은 새로운 유형의 금융 고객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월렛 역시 단순 자산 보관 수단에서 에이전트의 권한과 책임을 통제하는 ‘정책 인프라’로 진화해야 한다고 봤다. AI 에이전트별 거래 한도와 허용 상품, 이용 시간, 결제 범위를 설정하고 해당 에이전트를 누가 만들었는지, 누구를 대신하는지, 어떤 권한을 갖는지를 검증하는 ‘KYA(Know Your Agent)’와 같은 새로운 인증 체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셀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라스트 원마일은 산업의 기존 운영체계에 어떻게 연계되고 안착하느냐에 있다”며 “디지털자산이 금융권으로 들어올수록 규제와 회계, AML, 정보보안 등 기존 시스템과의 연결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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