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출고지옥’ 더 길어지나…노사갈등에 증산도 ‘깜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후 06:18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출고 대기 기간이 2년을 넘어선 가운데 생산을 맡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노사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생산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사 교섭마저 결렬되면서 2교대 전환을 비롯한 생산능력 확대 논의가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캐스퍼 일렉트릭 (사진=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 (사진=현대자동차)
13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캐스퍼 일렉트릭의 출고 대기 기간은 현재 최대 28개월에 이른다. 지난 3월 현대차가 안내한 최대 대기 기간이 23개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공급난이 더욱 심화한 셈이다.

캐스퍼를 위탁 생산하는 GGM은 현재 주간 1교대 체제로 공장을 운영하는 중이고 연간 생산능력은 약 6만대 수준이다. 더욱이 생산물량의 약 90%가 유럽 등 해외시장에 배정되면서 국내 공급 물량은 연간 4800여대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공급난을 해소할 핵심 방안인 2교대 전환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GGM 노사는 지난 6월부터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집중교섭을 진행했지만 근로시간면제, 노조 사무실 제공, 상여금 등 주요 쟁점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당초 7월 말까지였던 집중교섭 기간을 이달까지 연장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난 11일 교섭은 최종 결렬됐다.

노사 관계가 다시 얼어붙으면서 캐스퍼 증산 계획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생산량을 늘리려면 신규 인력 충원과 기존 인력 재배치뿐 아니라 교대시간, 수당, 휴게시간 등 새로운 근무조건도 정해야 한다. 단체협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채용과 근무체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이번 집중교섭을 통해 현 경영진과 교섭대표 체제로는 노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며 “주간 2교대 시행과 생산물량 확대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현대차로부터 충분한 생산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2교대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 장기간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GGM 노사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채 대출금 상환 문제 등 경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현대차 입장에서는 장기 물량 확대 결정을 쉽사리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캐스퍼 일렉트릭의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는 사이 실속형 소형 전기차 시장의 빈틈을 중국산 차량이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BYD의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은 올해 상반기 누적 4511대가 판매되며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5위에 올랐다.

돌핀은 2450만원부터 시작해 2847만원부터 시작하는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가격이 낮다. 1회 충전 주행거리도 돌핀 307㎞, 캐스퍼 일렉트릭 315㎞로 격차가 크지 않다. 가격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출고가 상대적으로 빠른 대체 차종으로 눈을 돌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캐스퍼 일렉트릭은 공급 부족에 따른 희소성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일부 중고 매물 가격이 신차 가격을 웃도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소형 전기차는 업무 목적 등 당장 이동 수단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만큼 출고 대기가 길어질수록 수요가 대체 차종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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