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쉬워진 보험 민원…손보 분쟁조정 신청 58% 급증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후 07:28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이 보험 소비자의 민원 제기 문턱을 낮추고 있다. 복잡한 보험 분쟁도 AI를 활용하면 민원·분쟁조정 신청서를 손쉽게 작성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의 문제 제기 문턱이 낮아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업계의 분쟁조정 신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가까이 급증했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13일 손해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업계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총 2만856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9% 증가한 규모다.

동일인이 같은 내용으로 반복해서 신청하는 등의 중복·반복 건을 제외해도 증가세가 뚜렷했다. 중복·반복 신청을 제외한 분쟁조정 신청은 상반기 1만891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 늘었다. 단순히 같은 사안에 대한 반복 신청이 늘어난 것만으로는 전체 증가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체 민원 수 자체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 민원은 2만 20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늘었다. 특히 보험금 지급과 보상 등을 둘러싼 민원이 1만6148건으로 전체 민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보험 가입 단계보다는 사고 발생 이후 실제 보험금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소비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증가세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생성형 AI 확산을 꼽는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보험금 지급이나 보상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직접 신청 취지를 정리하고 관련 내용을 서류로 작성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신청서 초안을 손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부담이 줄면서 과거라면 문제 제기를 포기했을 소비자까지 민원이나 분쟁조정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 A씨는 “생성형 AI로 인해서 늘어난 요인이 가장 크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며 “민원이나 분쟁조정 신청은 서류 작성이 필요하다. AI가 어려운 서류도 다 만들어 주니 민원 넣기가 편해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보험사에 직접 접수하는 자체민원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소비자원 등 외부기관을 통해 제기하는 대외민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대외민원은 1만 5120건으로 전년 동기(1만1403건)보다 32.6% 증가해 전체 민원 건수 증가율(13.6%)을 2배 이상 앞섰다.

보험업계 관계자 B씨는 대외민원이 늘어난 것에 대해 “금융당국에서 보험 소비자 안내 공문을 많이 내보낸다. 문제는 AI가 첨부 파일을 잘 읽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첨부 파일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금감원에 신고하는 게 제일 빠른 길’이라고만 학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분쟁조정과 민원 증가를 소비자 권리의식 강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보험 소비자가 더 많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 민원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전략적 민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자동차보험 민원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일부 소비자가 민원을 추가 보험금을 받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연구원이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민원 7003건을 분석한 결과 민원이 제기된 사고의 평균 치료비는 245만 7000원으로 일반 사고(82만원)의 약 3배였다. 평균 통원 일수도 16일로 일반 사고(7.6일)의 두 배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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