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틈을 메우는 방법은 리더가 더 많이, 더 정확히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좋은 리더는 방법을 일일이 지시하지 않는다. 그 대신 팀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남긴다. 지시는 그 순간의 행동 하나를 만들지만 기준은 다음에도 통하는 판단력을 만든다. 리더가 자리를 비운 순간에도 팀원이 같은 잣대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그 리더의 말은 비로소 조직에 새겨진 것이다.
판단 기준을 남기는 말에는 세 가지 요소가 들어간다. 첫째는 방향이다. 무엇을 하라는 지시보다 이 일이 궁극적으로 어디로 향하는지를 먼저 밝힌다. 둘째는 기준이다. 어떤 상태를 두고 잘된 결과라고 부를 것인지를 미리 정리해 준다. 셋째는 재량이다. 그 기준 안에서 팀원이 스스로 방법을 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다. 방향과 기준 없이 재량만 주면 방임이 되고 재량 없이 방향과 기준만 강요하면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지시가 된다. 셋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팀원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 된다.
“오늘까지 보고서 만들어 주세요”라는 말과 “내일 임원 회의에서 이 사업의 투자 여부를 결정할 자료입니다. 시장 규모, 경쟁사 대비 차별점, 예상 수익성 이 세 가지만 담기면 되고 형식은 자유롭게 정해도 좋습니다”라는 말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 전자는 마감 시간만 남기지만 후자는 이 일이 왜 중요한지와 무엇을 성공으로 볼지를 함께 준다. 실수를 지적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걸 왜 놓쳤어요”라고 다그치는 대신 “이 결정은 다른 팀 일정에도 영향을 주니 앞으로는 관련 부서의 계획부터 확인하고 판단해 주면 좋겠다”고 말하면 팀원은 혼나는 대신 다음에 적용할 기준을 얻는다.
재량은 방임과 다르다. 항해사에게 목적지와 도착 기한,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판단할 조건까지 일러 준 뒤 항로 선택을 맡기는 것과 그저 “알아서 바다로 나가라”고 던져두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방향과 기준이 촘촘할수록 재량은 오히려 더 과감하게 넘겨줄 수 있다. 팀원이 헤매는 것은 자유가 많아서가 아니라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자기 몫인지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더가 모든 답을 미리 정해서 내려 주면 팀원은 그 답을 실행하는 사람에 머무른다. 반대로 판단 기준을 건네면 팀원은 그 안에서 스스로 답을 고르는 의사결정자가 된다. 실행자는 리더가 없으면 멈추지만 의사결정자는 리더가 없어도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팀 규모가 작을 때는 이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리더가 웬만한 결정을 직접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속도가 중요해질수록 리더 한 사람이 모든 판단을 붙들고 있을 수 없다. 그 순간부터 판단 기준을 미리 심어 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 사이의 성과 격차는 빠르게 벌어진다.
리더가 말을 끝냈다고 해서 소통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무엇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어디까지는 스스로 결정해도 되는지가 분명해졌을 때 비로소 리더의 말은 완성된다. 리더의 말이 힘을 갖는 순간은 목소리가 커질 때가 아니라 리더가 자리에 없는 순간에도 팀원들이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움직이기 시작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