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전경 © 뉴스1 박동해 기자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세종 이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도 검토하고 있지만, 대상 기관과 이전 지역·범위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과거 국책은행 이전이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과 법 개정 문턱에 막혀 실제 본점 이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만큼, 국책은행이 실제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경우 같은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연내 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오는 9월 정기국회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출근 막고 법정까지 갔던 산은 이전…본점 이전 3년 넘게 표류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오는 25일 금융위·개보위의 세종 이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은·기은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과 이전 지역·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위·개보위의 세종 이전과 달리 산은·기은·수은의 본점 이전 논의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세 은행 모두 실제 이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했고, 국토교통부는 2023년 5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은을 부산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했다.
그러나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본점 이전은 3년 넘게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산은법 개정안은 여야 이견 속에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다시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산은 노조의 반발도 거셌다. 2023년 3월 노조가 이전공공기관 지정안 의결에 반대하며 회장과 부행장 등의 출근을 저지하자 경영진은 본점 밖에서 경영협의회를 열어 안건을 처리했다.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김복규 당시 신임 수석부행장은 노조의 저지로 첫 출근이 무산되기도 했다. 노조는 부산으로 발령된 직원들의 전보와 경영협의회 의결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며 법정 투쟁을 벌였다.
기은과 수은도 본점 이전 법안 발의가 반복됐다. 기은 본점을 대구나 대전 등으로 옮기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과 수은을 부산 등으로 이전하는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제출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노조는 2020년에도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번에도 산은·기은·수은 노조는 정부 발표에 앞서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인근에서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첫 공동 집회를 열었다. 금융회사와 기업 고객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본점을 옮기면 업무 효율성과 정책금융 경쟁력이 떨어지고 인력 유출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이전설이 반복돼 온 만큼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방 이전 이야기가 매년 나왔다가 무산되기를 반복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내부 관심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실제 이전이 결정되면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고, 특히 신입이나 저연차 직원들의 이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전경 © 뉴스1 강은성 기자
25일 큰 틀 발표…국책은행 포함되면 9월 정기국회 첫 시험대
금융위와 개보위의 소재지를 서울로 못 박은 별도 규정은 없어 현행법상 행복도시법에 따른 이전 절차를 밟으면 된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청회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이전 대상과 방법·시기 등을 담은 이전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승인을 받은 뒤 관보에 고시하는 방식이다.
이후 청사 확보와 예산 편성, 인력 배치 등 실무 작업이 뒤따를 전망이다.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두 기관의 구체적인 이전 시기와 단계별 이주 방식을 어느 수준까지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반면 국책은행의 경우 최종 이전 대상에 포함되면 국회 입법이 추가로 필요하다. 산은·기은·수은은 각각 한국산업은행법과 중소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에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은과 기은의 설립 근거법인 한국산업은행법과 중소기업은행법은 금융위 소관으로,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심사한다. 한국수출입은행법은 재정경제부 소관으로, 수은 본점 이전을 위한 개정안은 재정경제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여당이 연내 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오는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과거보다 수적 여건은 나아졌지만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을 차례로 거쳐야 하는 만큼 처리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산은 사례처럼 이전공공기관 지정과 행정절차를 마치고도 법 개정이 지연되면 실제 이전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 정부가 국책은행을 이전 대상에 포함할 경우 노조와의 협의, 서울 잔류 기능의 범위, 직원 주거·교육 대책까지 마련해야 해 기관별 이전에는 수년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