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와 접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6.8.14 © 뉴스1 김명섭 기자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이 구체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테라파워의 미국 나트륨(Natrium) SMR 사업에 참여해 사업개발·운영 역량을 확보하고 한국형 사업모델인 'K-나트륨'을 추진한다.
HD현대(267250)와 현대건설(000720)은 각각 주기기 제조와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아 글로벌 SMR 공급망 진입을 확대한다.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케머러 초도호기의 원자로 핵심 기자재 제작에 참여하며 글로벌 SMR 공급망 참여를 확대한다.
빌게이츠 테라파워 이사장(왼쪽),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이동을 하고 있다. 2026. 8. 14/뉴스1 김명섭 기자
SK이노, 투자자서 사업개발자로…美 프로젝트 참여 확대
업계에 따르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서울에서 만나 나트륨 SMR 사업 협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나트륨 SMR은 테라파워가 개발한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차세대 SMR이다. 원자로와 용융염 기반 열에너지저장시스템(TES)을 결합해 원자로가 생산한 열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점에 활용할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출력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테라파워에 총 2억 5000만 달러(약 3547억 원)를 공동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전략적 투자자에서 SMR 사업개발과 프로젝트 실행에 직접 참여하는 사업자로 역할을 넓힌다.
두 기업은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추진 중인 케머러 1호기와 후속 상용 프로젝트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케머러 1호기는 345메가와트(MW) 규모 나트륨 원자로다.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았으며 2031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기업은 또 국내 원전 공급망 활용과 국내 나트륨 SMR 사업 개발, 글로벌·아시아 프로젝트 공동 발굴도 추진한다. 우리나라의 규제와 전력계통, 산업 여건을 반영한 'K-나트륨' 사업모델도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이들의 핵심 공략 시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LNG 발전과 전력사업, SK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SMR을 연결한 통합 에너지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에는 LNG 발전과 ESS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 SMR을 무탄소 기저전원으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계약식 후 이어지는 만찬에서 빌 게이츠 의장과 만나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대응과 차세대 원전산업 발전 방향, 한미 원자력 협력 가능성 등을 논의한다.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SMR 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HD현대 제공)/뉴스1
HD현대·현대건설, 제조·EPC로 협력 구체화
정기선 HD현대 회장,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역시 이날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과 만나 SMR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3사는 지난 5월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테라파워는 나트륨 관련 기술 제공을, HD현대는 주기기 제조를, 현대건설은 EPC를 담당하기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HD현대는 2024년 12월 테라파워로부터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하고 있다. 실증 수행을 발판으로 향후 상업 모델까지 사업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원자로 용기 연간 2~3기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생산 설비 투자에도 속도를 내 전 세계 약 25%를 차지하는 미국 원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5월에는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 핵심 설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지정됐다.
HD현대는 컨테이너선에 이어 자동차운반선까지 SMR 추진 시스템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해상뿐 아니라 육상 원자로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정기선 회장은 "기술, 제조, EPC를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SMR 발전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두산그룹 제공)/뉴스1
두산에너빌리티도 합류…SMR 핵심 기자재 제작
두산에너빌리티(034020)도 테라파워의 케머러 초도 프로젝트 핵심 기자재 공급에 참여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테라파워와 나트륨 SMR용 원자로 보호용기, 원자로 지지구조물, 원자로 내부구조물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24년 12월 테라파워 초도호기 핵심 기자재에 대한 제작성 검토 계약을 체결한 뒤 설계 개선과 제작성 검토를 진행해 왔다. 이번 계약을 통해 실제 제작 단계까지 협력을 확대하면서 테라파워의 후속 SMR 프로젝트 참여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한편 SMR 제조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와이오밍주 와이오밍주 케머러(Kemmerer)시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전 공사현장의 테스트 시설.(SK이노베이션 제공)/뉴스1
기술·사업개발·제조·EPC 잇는 K-원전 공급망
정부도 테라파워를 매개로 국내 원전 기업의 해외 공급망 진입 확대를 추진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빌 게이츠 의장과 만나 테라파워 SMR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 장관은 SMR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설계와 대량 생산 체계를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라파워의 원자로 기술에 우리나라 기업의 주기기 제조와 건설 역량을 접목해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원전 기자재 중소·중견기업까지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테라파워의 원자로 기술과 국내 기업의 제조·건설 역량이 결합하면서 미국 프로젝트 참여를 발판으로 향후 글로벌 SMR 수출 공급망 선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j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