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하루 1조씩 사더니…채권투자 중단한 SK하이닉스, 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5일, 오전 01:45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회사채 투자를 돌연 중단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초부터 단기물을 시작으로 공격적인 채권 매수에 나서며 ‘큰손’으로 떠올랐지만, 결국 비금융 제조기업의 한계를 드러낸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는 냉소 섞인 평가가 나온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6~7월 하루에 1조원어치 이상 채권을 담던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을 전후로 매수를 전면 중단했다. 특히 발행을 단 하루 앞둔 지난 11일 발행사에 매수 중단을 통보하는 등 기존에 예정된 물량은 물론 향후 계획된 물량까지 모두 거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는 채권 매수에 투입하려던 자금을 필요할 때 즉시 인출할 수 있는 시중은행 예금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을 좇아 금리 변동성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대기성 자금 본연의 목적인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에 방점을 찍은 행보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자금 이동이 주주환원 재원 마련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주환원에 필요한 현금을 쌓아둬야 하는 만큼 유동성이 높은 예금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내에서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3분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보통주 1주당 375원의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2733억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애초에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채권 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로 떠올랐다며 환호했지만, 본질은 '단순 파킹 자금'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비금융 제조기업이 여유 자금을 잠시 은행 예금 대신 채권에 둔 것일 뿐”이라며 “결국 다 팔아야 할 자금인데 이를 채권시장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발행을 하루 앞두고 매수 의사를 번복한 것 역시, 사측에서 채권 투자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최근 화제를 모았던 자금운용역 채용 또한 거창한 신사업 목적보다는 ‘단순 인력 충원’에 가깝다는 SK하이닉스 측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이번 공고는 경력직 1명을 뽑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채권 매수 중단을 계기로 본격적인 금융 신규 사업 등을 추진하려는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소규모 채용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 핵심 인력들의 지원 열기만큼은 여느 대형 공채 못지않게 뜨거웠다. 여의도 증권가와 대형 연기금 운용역들까지 알음알음 지원 대열에 합류하며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5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기반으로 거시 경제 분석과 전략적·전술적 자산 배분(SAA·TAA) 등 기관투자가 수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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