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라 비아파트에 묶이는 족쇄가 될 것 같습니다.”
정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나온 반응이다. 월세와 비슷한 수준의 원리금으로 내 집을 마련하게 하겠다는 취지지만, 수혜 대상인 청년층에서는 전세사기 이후 수요가 줄어든 빌라·오피스텔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구입가격보다 ‘출구’다.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거래가 적고 시세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워 사고 싶을 때보다 팔고 싶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아파트로 옮길 종잣돈을 마련하기는커녕 장기 대출과 비선호 주택에 묶일 수 있다는 것이다.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모습.(사진=연합뉴스)
금융위는 2억원을 연 3%, 30년 만기로 빌리면 월 원리금이 약 85만원으로 비아파트 평균 월세 80만원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월세로 지출하던 주거비를 원리금 상환으로 전환해 주택 자산을 형성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 입장에서는 월세와 원리금의 성격이 다르다. 월세는 계약이 끝나면 다른 집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집을 사면 가격 하락과 매각 지연, 수리비·세금 등 추가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30년 만기라는 장기 상환 구조도 소득과 직장, 결혼 여부가 바뀔 가능성이 큰 청년층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전월세 부담 크지만 아파트는 ‘그림의 떡’
이번 상품은 전월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대출규제를 완화하지 않고는 청년이 서울·수도권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현실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일반 LTV는 40%이고, 주택가격별 주담대 한도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유지된다. 소득과 자기자본이 부족한 청년이 서울의 수억원대 아파트 구입자금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자료=금융위원회
임차시장에 계속 머무르기도 부담스럽다.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수도권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은 18.4%였다. 청년 가구의 자가점유율은 12.2%에 그쳤고 임차 거주 비율은 82.6%에 달했다. 월세로 사는 청년 가구의 71.7%는 이미 비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가운데 현재 거주하는 빌라·오피스텔의 입지와 품질에 만족하고 장기간 머물 계획이 있는 1인 가구와 사회초년생에게 매입 선택지를 하나 더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년에게 비아파트를 강제로 사게 하거나 상품의 대히트를 노리는 것이 아니다”며 “월세 거주자 가운데 주택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있다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틈새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아파트 시장 전체의 수요를 진작하거나 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기존 아파트 구입 지원을 줄인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39세 이하 청년에게 공급된 보금자리론 12조원 가운데 97%인 11조6000억원은 아파트 구입에 쓰였다. 아파트를 원하는 청년은 기존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존 정책대출도 LTV·DSR과 주택가격·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해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청년은 제한적이다. 국토연구원 조사에서도 생애 최초 주택으로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79.7%에 달했다. 청년이 원하지 않는 주택의 대출 문만 넓힌다고 내 집 마련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생애최초 또 줘도 비아파트 못 팔면 ‘족쇄’
정부가 내세우는 또 다른 혜택은 청년이 향후 아파트를 살 때 생애최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우대를 다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보금자리론으로 비아파트를 구입해도 이후 수도권·규제지역은 70%, 그 밖의 지역은 80%의 생애최초 LTV를 적용한다.
다만 아파트를 사기 전에 기존 비아파트를 처분해 무주택자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 비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면 생애최초 혜택을 보존해도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다. 집값이 매입가격보다 떨어지면 기존 대출을 갚고 아파트 구입에 보탤 자금도 줄어든다.
‘4억원 이하’라는 가격 기준도 청년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전용면적 60㎡ 초과 85㎡ 이하 오피스텔의 평균 매매가격은 약 7억5000만원이다. 4억원 이하 매물은 전용면적 60㎡ 이하의 원룸이나 분리형 원룸에 집중돼 신혼부부나 자녀가 있는 청년 가구가 이용하기 어렵다.
최대 대출한도와 소득·자산·총부채상환비율(DTI), 확정금리 등 핵심 조건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2억원은 최대한도가 아니라 월 상환액을 보여주기 위한 계산 예시다. 취득세 감면 등 LTV 이외의 생애최초 혜택 유지 여부도 관계부처 협의가 남았다.
금융위는 2년간 운영한 뒤 시장 반응에 따라 아파트로 지원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4억원 이하 아파트는 서울 전체의 7.8%에 불과해 가격 기준을 그대로 두면 실효성이 제한적이다. 기준을 높이면 대출한도 확대와 집값 자극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에서 청년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을 찾으면 현실적으로 비아파트가 될 수밖에 있다는 점은 반영한 정책”이라면서도 “기존 대출규제 틀 안의 지원인 만큼 내 집 마련 여건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상을 비아파트로 한정하면 청년의 눈높이를 낮추라는 논란이 생기고, 아파트로 넓히면 대출한도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