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득과세 체계 개편 및 손실 이월공제 도입에 관한 청원’이 제기돼 내달 10일까지 진행된다. 청원인은 “(원안이) 헌법상 세법의 대원칙인 ‘실질과세의 원칙’과 ‘담세력(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에 크게 위배된다”며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전면 재검토 및 손실 이월공제 허용, 과세 체계 개편을 강력히 청원한다”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연간 가상자산 소득 가운데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과세는 전체 투자자 1326만명(작년 12월 업비트 누적 회원 기준)이 대상이다.
정부·여당은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할 방침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내년에 시행해 보면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오는 24일 ‘고시 제정 자문위원단’ 첫 회의를 열고 고시 제정에 나설 예정이다. 이르면 10월에 가상자산 과세 고시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참조 이데일리 8월11일자 <[단독]‘극비’ 코인 과세고시 자문단 24일 회동…각서까지 썼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그는 “투자자가 1년 차에 5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2년 차에 1000만원의 소득을 얻었다면, 총 누적 손익은 -4000만 원으로 명백한 손실 상태”라며 “그러나 현행 기타소득 과세 방식은 전년도 손실을 인정해주지 않으므로, 2년 차의 1000만원 수익에서 기본공제(250만 원)를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벌지도 못하고 돈을 잃었는데 세금을 내야 하는’ 왜곡된 구조는 납세자의 수용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고 덧붙였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은 가상자산에 대한 손실 이월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도 3년의 손실 이월 공제를 도입하기로 올해 발표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주식·금융자산 대비 심각한 조세 형평성 위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주요국(미국, 영국, 독일 등)은 가상자산을 자본이득세 체계 내에서 다루며 손실의 이월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며 “국내 전통 금융투자 상품 역시 순손실에 대한 통산 및 이월공제 장치가 존재하거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부여받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는 “가상자산에만 일률적으로 ‘기타소득’ 잣대를 적용해 손실 이월을 막는 것은 가상자산 투자자만을 차별하는 형평성 결여 조치”라고 밝혔다. 미국은 가상자산과 주식에 같은 세법을 적용하고 있고, 지난달 일본도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분류하는 개정안을 처리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6년 전 최초 입법 내용을 그대로 적용해 가상자산 소득을 일시적 우발적 소득인 복권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손실 이월 공제 불허, 250만원(공제 한도) 초과 소득에 22% 세금 부과 등을 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2024년 총선 당시 가상자산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2024년 11월22일 당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는 국민과의 약속이라 함부로 뒤집기 어려운 당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과 재경부는 “가상자산 공제 한도 확대에 대해 현재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또한 청원인은 과세 인프라 미비로 인한 오과세 및 억울한 세부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거래소 이용, 개인 지갑(DEX), 에어드롭, 스테이킹 등 복잡한 온체인 거래의 취득가액 산정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다”며 “취득가액 입증이 어려울 경우 실제 투자 원금보다 이익이 부풀려지거나, 평가액이 폭락한 자산에 대해 과세가 이뤄져 실제 자산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도 세금이 부과되는 원천적 오류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원인은 △가상자산 손실 이월공제(최소 5년 이상) 제도 도입 △소득 분류 개편 (기타소득 → 양도소득 또는 금융투자소득 체계로 재편) △실질과세에 부합하는 과세 인프라 및 가이드라인 정비를 요청했다. 그는 “누적 손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왜곡된 과세 체계가 강행된다면, 국내 투자 자본과 기술 기업들은 대거 해외로 이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료=국회, 재정경제부, 국세청)
정부·여당은 ‘소득이 있는 곳에 조세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소득이 발생하면 당연히 과세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오는 17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당 대표, 정책위의장 등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구체적인 당 입장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참조 이데일리 5월8일자 <내년부터 1300만명 코인 과세…재경부 ‘10가지 과세론’> )
국민의힘은 폐지 또는 유예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정무위)은 가상자산 관련 소득세 조항(소득세법 제21조제1항제27호)을 삭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3월 대표발의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교육위)은 2030년 1월1일로 과세 시점을 3년 유예하는 내용(제37조제5항)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10일 대표발의했다.
국민 청원은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 이내에 동의수 5만명을 넘으면 국회 재경위로 회부된다. (자료=국회전자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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