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금융회사인 ING도 글로벌 곡물기업 루이 드레퓌스 컴퍼니(LDC)에 두 건의 지속가능연계대출을 제공하면서 비슷한 KPI를 설정했다. 브라질에서 조달하는 콩과 옥수수 가운데 생산지를 추적할 수 있고 산림이나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물량만 담보로 삼은 것이다. ING는 지속가능연계대출의 경우 자연 관련 목표와 KPI 달성 정도에 금융적 인센티브를 연계한다고 설명한다.
은행이 기업의 매출이나 부채비율뿐 아니라 ‘숲을 얼마나 훼손하느냐’ 등까지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권의 환경 관리 기준이 탄소배출을 넘어 물과 토지, 산림, 생물다양성 등 ‘자연자본’으로 넓어지고 있다. 자연자본은 기업의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토지·물·생태계·생물다양성 등의 자연자원을 말한다. 자연 훼손이 심해질 경우 기업의 생산과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비용이 증가해 결국 금융회사의 대출·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제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도 금융회사와 기업이 자연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위험관리와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자연자본을 금융 포트폴리오의 위험요인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KB금융은 17일 발간한 ‘2025 자연자본 공시 보고서’에서 소재·임의소비재·산업재를 우선 관리가 필요한 핵심 산업군으로 선정했다. 이 산업군은 자연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이 높은 동시에 KB가 보유한 대출·투자 등 익스포저도 큰 산업이다. KB는 이들 3개 산업군의 위험과 익스포저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자연 관련 위험을 금융 의사결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도 자연자본을 주요 경영 리스크로 보고 관련 위험을 ESG 리스크 관리체계에 포함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기업 자체의 자연자본 위험뿐 아니라 대출과 투자로 연결된 금융 포트폴리오의 위험까지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한 단계 더 구체적인 원칙을 두고 있다. 환경·사회리스크관리(ESRM) 적용 대상 금융거래를 심사할 때 인권이나 기후변화와 함께 생물다양성 관련 위험과 영향을 점검한다. 위험도가 높은 금융거래에는 별도의 실사 절차도 적용한다.
우리금융도 금융거래와 투자지원 의사결정, 자체 심의 과정에서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원칙에 명시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기후 관련 공시와 자연자본을 합친 별도의 ‘기후·자연 통합보고서’도 발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국내 금융권은 해외처럼 자연자본 관련 목표를 기업별 대출조건과 직접 연계하진 못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금처럼 가뭄이나 폭우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금융비용이 결국 높아지는 만큼 중장기적으론 KPI에 적극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