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없다"지만…김정관 전격 방미에 대미 통상 '비상등'

경제

뉴스1,

2026년 8월 17일, 오후 04:55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8.14 © 뉴스1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예정에 없던 미국 방문에 나서 현지 일정에 착수했다. 대미 투자 이행을 둘러싼 한·미 간 막판 조율과 함께 이달 말로 예상되는 미국의 무역법 301조 ‘과잉생산’ 조사 결과 발표까지 주요 통상 현안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김 장관은 미국의 관세 압박설에 선을 그었지만, 최근 미국이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재차 압박한 정황이 알려진 데다 통상 협상을 주도해 온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까지 공석이 된 상황이어서 정부의 통상 대응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 압박 없다"지만…막판 대미투자 조율 나선 김정관
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번 방미가 미국 측의 압박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장관은 "8월 말이나 9월 초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할 생각이라고 말씀드렸다"며 "막판에 한·미 간 실무적으로 다양한 쟁점들이 나와 전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 돼 오게 됐다"고 예정에 없던 방미 출장 배경을 설명했다. 대미 투자 관련 미국 측 서한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받은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301조 조사에 따른 추가 관세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한·미가 합의한 '15%' 관세 수준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합의한 정신을 지키겠다고 이미 얘기했다"면서도 "예단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해 미국의 후속 조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과잉생산 조사 결과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당초 8월 말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막판 쟁점을 조율하기 위한 방미다. 하지만 최근 한·미 통상 환경을 종합하면 이번 방미를 단순한 일정 조율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미국 상무부가 한국 정부에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발표를 서두르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잇달아 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측은 한국이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조인트팩트시트(JFS)를 통해 약속한 2000억 달러 규모 전략투자의 구체적인 프로젝트 발표가 늦어지는 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투자 이행이 늦어질 경우 상호관세 문제까지 거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도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드러나고 있다.미국 텍사스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설비 용량 6.3GW, 총사업비 198억달러(약 29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정부는 대미투자펀드를 활용해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립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미국 상무부와 막바지 의견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달 한·미전략투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미국 투자위원회에 사업 추진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최종 확정된다.

다만 정부는 투자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 중이다. 실제 김 장관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이슈들이 있다"며 막판 협상에서 다양한 쟁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방미는 미국의 관세 압박 여부를 떠나 대미 투자 1호 사업의 구체적인 조건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을 좁히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대미 투자 이행 속도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과 국내 기업 참여를 얼마나 확보한 채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4 © 뉴스1 임세영 기자

美 301조 관세 발표 임박…통상본부장 공백에 커지는 대미 협상 부담
다시 격화한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가장 큰 부담은 대미 통상 협상 라인의 공백이다. 미국의 과잉생산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가 이르면 이달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통상 협상의 실무 사령탑 역할을 해온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전격 경질되면서 통상교섭본부장 자리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후임 인선 전까지 박정성 통상차관보를 중심으로 비상 업무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미국과 조율해야 할 통상 현안은 크게 대미 투자와 관세·비관세 협상으로 나뉜다. 대미 투자 분야에서는 한·미 전략적 투자 협력 틀에 따른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첫 프로젝트를 구체화해야 한다. 김 장관은 지난달 워싱턴 방문 당시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이르면 8월 말이나 9월 초 발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방미에서도 투자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과 발표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비관세 분야에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의 후속 협의가 핵심이다. 관세 측면에서는 이미 결과가 나온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사에 이어 과잉생산 관련 301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과잉생산 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하반기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비관세 분야에서도 한·미 공동설명자료에 담긴 미국산 자동차 안전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철폐, 디지털 분야 미국 기업 비차별 의무 등 후속 이행 방안을 미국 측과 조율해야 한다.

여러 갈래의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실무 협상의 핵심 축까지 흔들리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김 장관이 대미 투자 등 큰 틀의 통상 현안을 총괄해 왔다면, 여 전 본부장은 지난해 대미 협상 태스크포스(TF)를 이끌며 USTR을 상대로 관세 현안과 공동설명자료 후속 협상 등 실무 협상을 주로 챙겨왔다. 박 차관보 역시 관련 실무를 맡아온 만큼 당장 업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교섭본부장이라는 대외 협상 창구가 비어 있다는 것 자체가 미국 측에 전달되는 메시지와 협상력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301조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공백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 가능성에 대응하면서 미국 통상당국을 상대로 막판 아웃리치를 벌여야 하는데, 한국 측 통상대표가 부재한 상태에서는 협상의 연속성과 대표성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박 차관보가 실무 협의를 이어가더라도 미국 측이 한국 정부의 최종 입장과 협상 권한을 누구를 통해 확인할 것인지, 대미 투자와 관세 협상을 어떤 메시지로 연계할 것인지 등을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

더욱이 대미 투자와 관세 협상은 서로 완전히 분리된 사안도 아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주요 관심사로 두고 있는 만큼 투자 프로젝트의 구체화 과정에서 관세·비관세 현안까지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서도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확정하는 동시에 추가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산업부 통상 라인이 투자와 관세라는 두 축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미국 측에 협상 창구와 메시지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김 장관은 이번 방미와 관련해 "빈자리에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301조 조사 결과 발표와 대미 투자 프로젝트 확정, USTR과의 비관세 후속 협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통상교섭본부장 공백은 단순한 인사 공백을 넘어 협상력과 대외 대표성, 현안 대응의 연속성이라는 세 가지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김 장관의 전격 방미가 대미 투자 이행과 추가 관세 방어라는 두 현안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중요한 협상 국면으로 보고 있다. 특히 9월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까지 앞둔 상황에서 통상본부장 공백을 최소화하고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와 15% 관세선을 모두 지켜낼 수 있을지가 정부 통상 대응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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